50대 CEO들 사이에서 공부한 21세 대학생, 지금은…

잡화점2020-12-30 09:20
공유하기 닫기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기회가 온다면 어떨까요. ‘덕질’과 직업이 일치되면 신명나게 일할 수 있을 테니 대환영이라는 사람도 있겠고, 좋아하던 것도 ‘일’이 되면 힘들어지니 취미와 직업은 분리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간편식 업체 '모던밀' 이소연 대표는 망설임 없이 “’덕업일치’가 좋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요리를 정말 좋아해서 진로도 식음료 쪽으로 결정했고 지금도 여전히 먹는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는 이 대표. 진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서 행복하다는 젊은 사업가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사진=이소연 대표 제공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맛있고 재미있는 간편식을 만드는 회사 ‘모던밀’ 대표 이소연입니다. 이제 설립 5년이 되었고요. 군부대납품, 학교급식, oem생산도 했고 직영 카페도 운영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요."

주로 어떤 제품을 취급하나요.
"현재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크게 간식용 떡, 떡볶이, 간편식, 선식으로 나눌 수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카테고리가 생길 예정이고요. 떡 생산으로 시작한 업체이기 때문에 아직 떡 종류의 비중이 높아요. 모던밀 자체생산 제품이 90%이상이고, 앞으로도 저희가 자체적으로 만든 상품을 많이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물론 저희가 테스트해 보고 정말 좋다 싶은 타사 제품이 있다면 저희 쇼핑몰에서 함께 소개도 할 거고요."

어떤 제품이 반응이 좋은가요.
"떡 중에 유명한 건 몰티져스찹쌀떡, 앙버터찹쌀떡이에요. 몰티져스 찹쌀떡은 바삭한 몰티져스 초코볼을 진한 초코크림이 든 찹쌀떡 위에 올려서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을 다 즐길 수 있는 제품이에요. 앙버터찹쌀떡은 앙버터빵에서 착안해 만든 제품인데, 달콤한 팥앙금에 녹진하고 고소하게 씹히는 버터알갱이가 들어있어 매력이 있고요.

전체 제품 중 최근 가장 인기있는 건 밥스틱이에요. 다양한 양념으로 맛을 낸 스틱 형태의 찰밥인데요. 실온에서 해동하면 언제든 간편하게 드실 수 있기 때문에 아침 대용식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빵이나 선식 등을 드시다가 ‘그래도 역시 밥이지’ 하면서 정착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제품을 개발하다 보면 하도 테스트를 많이 해서 질리는데, 밥스틱은 저와 직원들도 질리지 않고 아침 대용으로 잘 먹고 있어요. 지금은 곤드레밥, 닭가슴살, 떡갈비, 멸치아몬드, 김치베이컨 이렇게 5종류가 있는데요. 앞으로도 더 다양한 맛을 취향에 맞게 골라 드실 수 있도록 개발 중입니다."

사진=모던밀 제공
사진=모던밀 제공
사진=모던밀 제공
PREVNEXT
1/3
스스로 ‘덕업일치’에 성공한 사람이라며, 일하는 게 너무 즐겁다고 말하는 이 대표. 퇴근 뒤에도 머릿속으로 신제품을 구상하고 시뮬레이션 해 보다가 도저히 못 참겠으면 아예 새벽부터 혼자 회사에 나와 요리를 시작한다는데요. 지금은 음식에 푹 빠졌지만 어릴 적에는 밥상에 잘 앉지 않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밥을 잘 안 먹는 딸이 걱정스러웠던 어머니는 어떻게든 먹여 보려고 다양한 음식을 예쁘게 꾸며서 만들어 주셨다는데요. 어머니의 정성에 힘입어 점점 밥을 잘 먹게 됐고, 중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요리에 취미를 붙이며 음식 쪽으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 정한 진로로 쭉 달려온 셈이네요.
"그렇죠. 제가 생각해도 좀 재미있는 경험이 있는데요. 대학교 2학년 때 휴학하고 유럽여행을 갈까 고민하면서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AT센터에서 운영하는 외식 CEO과정을 봤어요. 등록 조건이 음식업계 업력 10년 이상, CEO및 임원. 이렇게 되어 있는 거예요. 학생이었던 저는 당연히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는데 무슨 배짱이고 용기였는지 무작정 전화해서 저도 입학하고 싶다고 했어요. 당연히 황당해 하시면서 ‘학생은 안 받는다’고 단박에 거절하셨죠.

그런데도 매일 연락을 했고 ‘정 그러면 서류라도 넣어 보라’는 답변을 받았어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발표 당일까지도 저를 뽑을 생각이 전혀 없으셨대요. 그런데도 계속 연락이 오니까 반쯤 포기 상태로 ‘그래, 이렇게까지 하는데 한번 뽑아줘 보자’ 이렇게 되셨다고 해요. 하하.

그렇게 겨우겨우 입학 허가를 받아서 처음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스스로도 어색했어요. 40~50대 식품업체 대표님들 사이에 21살 여대생이 혼자 껴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1년 동안 대표님들의 딸처럼 정말 많은 도움 받으면서 재미있게 생활했고, 대학교에서 배우지 못 하는 실질적인 걸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그 뒤로 제가 교육원의 전설(?)이 돼서, 저 같은 학생들의 입학을 간혹 받아 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제가 그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식품업체를 하라는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사진=모던밀 인스타그램
학생 시절부터 두려움 없이 부딪혀 본 경험 덕분일까요. 이 대표는 파주에서 카페도 운영했습니다. 모던밀 제품을 선보이는 공간이었던 이 카페는 편안한 분위기에 음식도 맛있는 떡 까페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대표는 “회사운영 계획상 지금은 카페 운영을 쉬고 간편식에 집중하고 있지만, 고객을 직접 만나면서 정을 쌓은 경험이 너무 좋아서 다시 ‘카페 모던밀 시즌2’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모던밀 제공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요즘은 많이 극복한 것 같아요. 주변에서 ‘나도 사업하고 싶다’고 말하면, 하기 싫은 일들을 억지로 매일 해야 하는 게 사업이라고 대답해요.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그렇거든요.

저는 먹어보고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 경영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회사를 운영하면서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 하나를 하기 위해서 정말 하기 싫은 일 아홉 가지를 참고 해내야 한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울기도 많이 울었고, 회사에 나가는 게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어요.

그래도 힘들고 짜증나는 순간보다 즐거운 일이 더 많은 것 같고요. 사람들이 절 보고 ‘참 밝다’라고 해 주시는데, 5년 동안 쌓은 내공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30년 40년씩 사업하신 분들이 보시기에는 아직 애송이겠지만요.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찾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영향을 체감하시나요.
네, 저희도 타격을 받았어요. 기존에 군부대 납품과 학교 납품을 많이 했었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작년부터 꾸준히 간편식 개발과 온라인 시장 진출을 준비했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타격을 그나마 줄일 수 있었어요. 이런 상황이 될 줄 알고 준비한 건 아니었지만 타이밍이 맞았던 거 같아요. 저희와 더불어 코로나로 피해 보신 여러 업체 분들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하고 싶으신가요.
사실 지난해 세운 계획 중 해외 제품과 모던밀 콜라보, 그리고 해외제품 판매가 있었어요. 해외 시장을 많이 공부해 볼 예정이었는데 코로나가 닥쳐올 지 누가 알았겠어요. 올해와 내년까지는 국내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내후년쯤에는 원래 계획했던 해외식재료나 제품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어요.

그리고 콘텐츠 제작에도 더 힘을 쏟을 예정이에요. 이제 예전처럼 ‘회사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 이런 시기는 지난 것 같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저희를 소개할 수 있는지, 저희 제품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등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서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