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 모임① 문토] 일상에 낭만이 필요할 때

잡화점2020-01-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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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직업인에게 '살롱 문화'가 인기입니다. 취미·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시간을 보내는 건데요. 독서, 요리 등 분야는 무궁무진 합니다. 특별한 주제가 없는 모임도 있습니다. 사람을 모으고 장소를 대관하는 등의 일을 대신 해주는 플랫폼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29STREET는 살롱 플랫폼 대표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문토' 이미리 대표입니다.>

문토 제공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물 겁니다. 파리가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 중에서

사실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보낸 7년간의 시간은 ‘날마다 축제’라기엔 대단히 고단하고 남루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특파원 생활을 하며 받는 적은 급료로는 끼니를 때우는 일조차 사치스러운 일이었고, 식사 대신 커피로 허기를 채우는 날이 더 많았다. 책을 살 돈은 커녕 빌릴 돈도 없어 쩔쩔매던 날들이 잦았으니까. 

그런데도 그가 그 시간을 가장 특별했던 시간으로 회고했던 까닭은 순수하게 열망을 품었던 것들로 삶을 가득 채우고 나눴던 시간들 때문이었다.

목요일 밤 음악을 함께 감상하는 '뮤직 나잇 아웃' 현장.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고, 배경지식을 나누며 음악 취향을 넓힌다. 때로는 LP바 등에 방문해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편집자)
좋은 음악을 듣고, 자유롭게 떠오르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고, 영감을 받고, 그렇게 또 새로운 것을 시작할 용기를 얻는 시간과 분위기.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봐주고 이해해주는 사람들. 헤밍웨이가 지독하게 가난했던 시절의 파리를 ‘영원한 도시’로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은 정말이지 평생을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되어주니까.

내 안의 다양한 가능성들에 주목합니다
토요일 오후에 만나 글을 쓰는 모임 '거기서부터 쓰기' 현장. 잘 쓰고 못 쓰는 글은 없다고 한다. 각자 쓴 글을 낭독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편집자)
관심사 기반 모임 플랫폼 문토를 창업한 지 삼 년이 넘었다. 문토는 내 안의 다양한 가능성들에 주목하는 취향 기반의 모임 공동체로 집과 회사만 반복하는 단조로운 생활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반으로 일상의 활력을 찾고, 전문가 리더를 통해 문화, 예술, 경제, 경영 등 다양한 분야를 더 깊이 알아간다.

나이와 직업 대신 좋아하는 것으로 자기를 소개하고 수평적으로 관계 맺으며 한 시즌 3개월 동안 취향의 공동체를 이룬다. 익숙한 길을 벗어나 새롭게 질문하고 고민하며 나누며, 서로를 통해 성장한다. 

1920년대 파리의 스타인 살롱처럼 매일 밤 문토 라운지에는 나이도 직업도 천차만별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글쓰기 모임에선 대기업 부장과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함께 글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공유하며 친구가 된다. 사수 없이 막막하게 성장하고 있는 신입 마케터는 마케팅 모임에서 일터 밖 동료를 만난다. 너무 열심히 사느라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평범한 회사원은 다양한 취향을 경험하는 취향모임에서 재즈가 이렇게 멋진 음악인지 처음 알게 된다.

매일매일이 특별할 순 없겠지만, 한 달에 한 두번쯤은 그래도 좋지 않을까
다 같이 요리를 만들고 먹는 모임 '생각하는 주방'. 때로는 맛집 셰프를 찾아가 요리를 배우기도 한다.(편집자)
다 같이 요리를 만들고 먹는 모임 '생각하는 주방'. 때로는 맛집 셰프를 찾아가 요리를 배우기도 한다.(편집자)
“삭막한 자기계발도 싫고, 맨날 만나는 친구들 만나서 술과 세상불평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싫다. 문토에 오면 똑똑하면서도 예의바르고, 마음이 열려있는 분들이 많고, 이런 분들과 교류하면서 제 생각이 넓어지고 변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문토를 함께 한 멤버의 말처럼, 나이와 직업 대신 오직 좋아하는 것으로 이야기하는 이 이상한 모임에 사람들이 모여 관심사로 이야기하며 밤새는 줄 모른다. 음악, 영화, 미술, 와인, 요리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주제별 모임이 열리는 문토 라운지는 매일 밤이 축제다.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가느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정작 소중했던 나를 잊고 살았다면.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새로운 친구가 필요하다면. 영감과 인사이트, 자극과 교류가 넘치는 다정한 공동체에 함께 하고 싶다면. 집과 회사만 반복하는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모험이 필요하다면. 문토 라운지의 문을 두드려보면 어떨까. 매일매일이 특별할 순 없겠지만, 한 달에 한 두번쯤은 그래도 좋지 않을까. 일상에도 낭만이 필요한 법이니까.

문토 이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