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저스펙 인재'의 해답

잡코리아2019-07-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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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펙이 아니어도 괜찮아
취업에서 출신 학교와 스펙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까? 어떻게 보면 출신 학교와 스펙은 ‘성실함’을 판단하는 중요 요소가 되곤 한다. ‘출신 대학’은 고등학교 때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이 되고 ‘학점’은 대학생활을 얼마나 착실히 했는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스펙’은 ‘성실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그 지점이다.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은 이익을 내는 단체며 월급보다 수익을 더 많이 창출해야 하는 구조기 때문에 사람을 뽑을 때 ‘성실함’을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열린 채용으로 학점과 스펙을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을 해도 아예 성실함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학교와 스펙이 기준보다 낮았던 나와 주변 지인들이 여러 대기업을 뚫은 것을 보면 ‘아주 안 되는 건 아니구나’ 위안을 얻어도 된다. 힘을 주기 위해 지금부터는 나의 경험담을 얘기해보려 한다.

‘3분 자기소개’로 H건설에 합격하다
취준생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H건설 면접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하필이면 정말 가고 싶었던 중공업과 면접 시기가 비슷해 따로 준비를 많이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다른 회사에는 없는 전공면접이 있는 상황이라 거의 반 포기상태로 면접에 임했다. 전공이 건축공학도 아니고 건축 분야에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오직 회사에서 준비해 오라고 했던 ‘3분 자기소개’나 떨지 말고 잘하고 나오자는 마음뿐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KTX와 서울의 지옥철을 타고 회사가 있는 종로에 도착했다. 사원증을 찍고 출근하던 직장인들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 조금이라도 전공을 준비할 걸 그랬나’ 후회마저 밀려왔다. 직장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면접 대기장에 가서 이름표를 받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준비할 틈도 없이 조가 정해졌다. 우리 조는 여자 2명, 남자 3명으로 5명이 한 조였다. 처음 보는 사이라 출신 대학과 나이는 몰랐지만 그들 역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만 떠는 게 아닌 것을 보고 안도감과 함께 조금 긴장이 풀렸다. 그렇게 면접이 시작되고 세상에서 제일 온화한 미소로 들어가 인사를 하고 ‘3분 자기소개’를 했다.

첫 번째 면접자부터 3분 자기소개를 하는데 떨리는 목소리에 외운 티가 많이 났다. 그 다음 사람과 다다음 사람도 ‘성실함’과 ‘리더십’을 어필하는데 면접관들의 얼굴이 점차 굳어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됐고 정확하게 다 기억나지 않지만 3분 동안 3가지를 어필했다.

첫 번째, 바퀴벌레도 씹어 먹을 만큼의 ‘대담함’

두 번째, 국가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했을 만한 ‘체력’

세 번째, 화장실도 파 썼을 만큼의 ‘현지 적응력’
자기소개가 끝나면 “다음”하며 그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던 면접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중국이나 인도 출장을 자주 다니지만 사실 현지에 있는 관리자나 작업자가 권해도 바퀴벌레는 도저히 못 먹겠던데 어떻게 먹었나요?”부터 시작해서 “무슨 운동을 하신 건가요? 국가대표와 언제 어깨를 나란히 한 거예요?” 등 질문이 쏟아졌다.

사실 바퀴벌레를 씹어 먹었던 경험은 중국 봉사활동을 갔을 때 전갈과 바퀴벌레 등을 파는 시장에서 중국 학생의 권유로 조금 맛본 경험이었다. 국가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경험은 ‘드래곤보트 대회’ 아시아 게임 채택을 기념해 대학부 출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얻었다. 그 대회에서 지인들과 재미 삼아 출전해 신생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시합을 하는 영광을 안았다. 세 번째는 아무것도 없는 시골 외지에서 같이 봉사하는 사람들과 푸세식 화장실을 만들었던 경험이었다.

면접관들의 질문에 답하고 나니 시간이 많이 흘러있었다. 다른 면접자들에게는 교량이 무엇인지, 어떤 종류의 교량이 응력을 많이 받는지 등 매우 전공면접다운 질문을 하셨고 나는 이미 할당된 시간을 자기소개에서 많이 써버렸기 때문에 제일 쉬운 질문, 누구나 H건설 홈페이지만 보면 알 수 있는 그런 용어를 질문하셨다.

그런데 그것을 몰라서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말씀드리고 “일하는 융통성은 지식의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입사 후 꼭 OOO전무님을 찾아 뵙고 답을 드리겠습니다.”며 황당무계한 말을 하고 면접이 끝났다.

쉬운 전공 질문 하나도 답하지 못해 떨어졌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같이 면접을 본 지원자들의 스펙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면접 후, 담소를 나누며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았다. 특히 그 중 여자 지원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석사를 졸업한 후 건설 잡지사 인턴까지 한 인재 중 인재였다. 자기소개나 인성면접에서 임팩트는 없었지만 전공면접에서 전문 지식을 뽐냈던 언니에게는 안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며칠 후 나는 H건설로부터 ‘한주형님, 축하드립니다. 최종면접에 합격하셨습니다.’라는 문자와 함께 1차 충격을 받았고 합격자들이 모이는 OT에 참가해, 스펙 짱짱한 언니가 떨어지고 내가 합격했다는 사실에 2차 충격을 받았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면접관의 ‘취향저격’
참 희한한 일이지 않은가. 수재 중의 수재가 떨어지고 내가 합격하다니. 그때 깨달았다. ‘지식’과 ‘스펙’이 합격의 당락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펙’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알게 된 것이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그 분들이 나와 함께 일한다고 생각했을 때, 뭐가 제일 우려되고 걱정될까? 이것을 면접관이 묻기 전에 내가 먼저 치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기업은 건설사기 때문에 해외출장이 잦을 것이고 사이트가 대부분 아무것도 없는 오지가 많으므로 현지 음식에 대한 적응, 여자인 나에게는 체력적인 문제, 오지에 있는 현장의 문제가 있으니 이런 요소들을 짚고 넘어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그대로 3분 자기소개에 해당 내용을 녹여냈다.

면접관이 제일 걱정하고 공감하는 것을 ‘취향저격’했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반면 100에 90이 얘기하는 ‘성실함’과 ‘리더십’을 어필했던 지원자들의 자기소개는 현직자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결국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면접’이다. 같이 일할 부하직원을 뽑았는데 현장 문화를 힘들어하고 오지를 기피한다면 어떨까. 여자라서, 힘들어서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을 마다하는 그런 직원은 뽑기 싫을 것이다. 각 회사마다 원하는 취향이 있고 업무 특성이 있다. 그 틈을 공략해야 한다.

잊지 말자. 스펙을 이기는 건 우려를 확신으로 바꿔주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란 것을.



필자 ㅣ 꿈꾸는 한작가

프로필
6년차 대기업 월급쟁이 현직자(前 H중공업, 現 H자동차)
5년 차 취업 컨설턴팅을 겸업하며 청춘들과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강사 및 멘토를 하고 있다.
2019년 1월 ‘대기업도 골라가는 지방대 저스펙 취준생의 비밀’ 책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