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카드 받을 때 가장 행복"... 고객 말에 울고 웃는 직업

김가영 기자2019-12-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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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입니다. 비즈니스호텔이 많아지면서 호텔에서 송년회를 갖거나 ‘연말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호텔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건 호텔리어들이 24시간 든든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들의 프로다운 모습을 보고 호텔리어를 꿈꾸는 청년들도 많습니다. 현직 호텔리어 4명을 만나 일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천상우(10년차, W호텔), 최다영(5년차, W호텔), 이혜지(5년차, G호텔) 호텔리어는 오퍼레이션 부서에서, 백송이(11년차, G호텔) 호텔리어는 식음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체감상 10년 전에 비해 취업의 벽은 낮아졌으나...
유튜브 '자매채널', '상우sangwoo' 캡처
이혜지, 천상우 호텔리어는 유튜브를 통해 직업 정보를 알리고 있습니다. 이 씨가 외국인 고객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호텔리어가 되려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냐’라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네 사람은 호텔리어에게 외국어 실력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호텔리어는 외국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나요?

천 : 매년 사내에서 외국어 강사에게 어학 테스트를 받거나 토익스피킹 점수를 제출하는 식으로 영어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본인 고객도 많으셔서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어요.

이 : 체감으로는 한국어 반 영어 반 사용하는 것 같아요. 입사 후에 중국어를 독학해서 HSK도 취득했어요.

백 : 고객과 한 마디라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입사 후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영어 외에도 레스토랑에서 필요한 말은 다 공부해요. 만약에 베트남 고객이 예약을 했으면 전날 밤을 새워서라도 다 공부해와요. 물론 실수는 하죠. 그럴 땐 번역기를 켭니다.

최 : 일반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하면 됩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싱가포르의 한 리조트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중국어와 일본어도 늘었어요.

천상우(왼쪽), 최다영/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호텔리어 취업 시장, 어떤가요?

최 : 비즈니스 호텔이 많아지면서 호텔리어가 되는 벽은 전보다는 낮아졌다고 생각해요.

이 : 얼마나 잘 버티냐의 문제예요. 생각보다 몇 시간씩 서서 근무하는 게 쉽지 않고요. 체크인, 체크아웃 외에도 하는 일이 정말 많아서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거든요.

백 : 지금 무료로 취업준비생에게 코칭을 해주고 있는데 10년 전에 제가 취업했을 때보다는 나아진 듯해요. 면접을 위해서 롤플레잉 연습도 중요한데 ‘외국인 손님이 이런 질문을 하면 어떻게 답변을 할 것이냐’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서 연습해야 해요.

호텔리어에게 외모도 중요한가요?

최, 천 : 인상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이 : 이 질문을 진짜 많이 받아요. ‘키가 몇 이상이어야 하냐’ ‘몸무게가 몇 이어야 하냐’ 물어보시는데 그런 기준은 없고 말 걸기 쉽고 편안해 보이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최 : 제가 진짜 오해를 많이 받는데 저는 웃지 않으면 화났다고 그래요. 면접에서는 잘 웃고 편안한 인상을 가진 분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이혜지(왼쪽), 백송이/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호텔 직원들은 호텔에 투숙하는 일이 많나요?

이 : 호텔에서 근무하다 보니 그런 질문을 많이 듣는 편인데 기회가 많은 건 맞아요. 당연히 공짜는 아니고 저희 호텔은 직원가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직원 지인 할인가도 있어서 친구들한테 생색 내기에도 좋아요!

백 : 레스토랑도 10~20%씩 할인해주는데 성수기에는 저희도 예약이 어려워요.

최 : 친구들과 파티할 때 일부러 호텔을 자주 찾습니다. ‘호텔에서 일하면 매일 쉐프가 만드는 밥을 먹냐’는 질문도 많이 듣는데 저희도 다른 회사와 비슷한 구내식당 밥을 먹습니다.

천 : 일부러 다른 호텔을 많이 다녀요. 어메니티는 어떤 브랜드를 쓰고 서비스는 어떻게 다른지 더 예민하게 보는 것 같아요.(웃음)

호텔리어를 ‘울고’ ‘웃게’ 하는 고객들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호텔리어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만큼 ‘진상 고객’을 마주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거나 ‘뭐 하나라도 얻어내겠다’는 식으로 억지를 부리는 블랙 컨슈머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서비스가 생명인 호텔리어에게 이런 이야기는 민감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꺼내놨습니다.

고객을 응대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이 : 대부분의 고객님들이 굉장히 좋아요. 하지만 가끔 ‘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게 유일한 목적이신가’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제가 어떻게 해도 만족시켜드릴 수가 없겠다는 느낌이 들면 속상할 때가 있죠.

천 : 고객님이 원하는 부분을 맞추려고 노력해도 기대에 미치지 못 할 때가 있어요. 고객님의 감정이 격앙되는 순간에도 저희 호텔로 재방문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역할이라서 평소에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최 : 욕을 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걸 잘 견뎌내는 것도 호텔리어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 : 프론트도 애환이 있겠지만 레스토랑도 상당합니다. 어느날 인턴이 울면서 찾아왔어요. 손님이 아이한테 인턴을 가리키면서 ‘너 공부 안 하면 저 언니처럼 된다’라고 말했대요. '일부러 외국인 손님에게 다가가서 영어하는 모습을 보여줘라'라고 말해줬어요.

블랙컨슈머는 어떻게 응대하나요?

백 : '뭐 하나라도 받아내야겠어'라는 목표를 갖고 오신 분 상대로는 어쩔 수 없이 단호해야 해요. 너무 독한 말씀을 하시면 저희도 상처를 받는데 표현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최 : 재방문 고객이 저를 알아봐주실 때 뿌듯합니다. 칭찬 코멘트를 받으면 더할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죠.

천 : 호텔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컴플레인 하신 고객님을 응대하고 도와드렸는데요. 그분이 ‘다시는 이 호텔 안 오려 했는데 상우 씨 때문에 웃으면서 올 거 같다’고 하시는데 그때 정말 뿌듯했어요.

백 : 장남 결혼식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차남 결혼식까지 저희 호텔에서 하신 분이 계세요. 당시 신랑분이 ‘저희 아버지를 어떻게 꼬드겼냐’며 장난식으로 묻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행사 잘 마치고 고맙다며 찾아오는 분들도 있는데 그때 ‘내가 이 직업을 잘 택했구나’ 생각하죠.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어떤 호텔리어가 되고 싶으세요?

백 : 외국인 고객분들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오시잖아요. 하늘에서는 승무원들이 좋은 서비스를 한다면 지상에는 호텔리어가 그 역할을 하거든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호텔리어가 되고 싶어요.

이 : 카페나 식당 가서 직원분들이 너무 지쳐 보이시면 뭘 요청하기가 눈치 보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는 손님들께 눈치 안 보게 하는 직원이 되고 싶어요.

최 : 예전에 아시아나 항공에서 비행기 추락사고가 있었을 때 승무원이 승객들을 구출하면서 영웅이 되었던 기사를 봤어요. 영웅까지는 아니어도 모범이 될 수 있는 호텔리어가 되고 싶어요.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