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계의 롤모델 되고 싶다는 강남역 핫도그 아저씨

잡화점2019-11-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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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주머니 속에 지폐 몇 장은 품고 다녀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추위가 찾아오면 붕어빵, 다코야키, 호떡 등과 같은 길거리 음식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가기 시작하는데요.

강남역 푸드트럭 존을 찾아가면 수제 핫도그 푸드트럭 ‘서초강산 story’를 운영하는 박광섭(62) 사장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박 씨는 2017년 8월 SBS 프로그램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출연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방송 당시 백종원 대표는 새로운 반죽 법과 카레 맛을 내기 위한 비법을 전수해줬고 그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박 사장님의 진지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동했죠.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광섭 사장님. 사진=이지우 동아닷컴 인턴기자 dlab@donga.com
박광섭 사장님은 1년에 일주일 정도를 제외하고 매일 푸드트럭을 운영합니다. 명절 연휴에도 명절 당일을 제외하곤 모두 강남역으로 출근하는데요. 공휴일을 포함하여 1년에 2~3번 정도 쉬는 게 전부라는 그는 “방송에서 푸드트럭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핫도그를 맛보러 강남역까지 왔는데 영업을 안 하면 얼마나 허탈하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2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재료값은 올랐고 방송 출연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손님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습니다. “푸드트럭 성격상 지갑이 넉넉하지 못한 젊은 손님들이 많이 와요.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 고객입니다. 앞으로도 손님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당분간은 가격을 올릴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현재 박 씨는 냉장고 시설을 확보하여 위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직영 매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와 경남 창원 두 곳에서 시범 운영을 하고 있으며 곧 충남 천안에도 매장이 생긴다고 합니다.


Q. 직영 매장을 열었는데도 푸드트럭을 꾸준히 운영하시는 이유는? 

한 달 동안 제 푸드트럭을 찾아주는 손님이 약 만 명 정도가 됩니다. 1년이면 10~20만 명 정도 되는 건데 푸드트럭으로 많이 알려진 만큼 찾아오는 손님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비가 오는 날에는 푸드트럭을 열지 않고 송파구에 있는 직영 매장으로 출근합니다.

푸드트럭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박 씨도 갑자기 예보에도 없던 기상 변화로 영업을 못 한 적도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푸드트럭 안으로 비가 들이치고, 때로는 오후 11시~12시까지 장사해도 하루 목표 판매량을 채우지 못해 남은 핫도그를 모두 버려야 했다고 합니다.

사진=이지우 동아닷컴 인턴기자 dlab@donga.com
박 씨는 푸드트럭을 운영하기 전 강남역에서 10여 년 동안 노점상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푸드트럭 존이 생겼고 서초구청 측과의 오랜 협의 끝에 푸드트럭으로 업종을 바꿨습니다. 혼자 운영할 수 있으면서도 계절의 영향을 덜 받는 음식을 고민하다가 ‘핫도그’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년 서초구에서 열리는 ‘서초강산’ 퍼레이드의 이름을 따와 ‘서초강산 story’로 2017년 2월부터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얼굴로 열심히 장사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이름이었습니다.

장사 경력은 길었지만 음식 장사는 처음인 탓에 시장조사를 철저하게 했습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핫도그 브랜드를 포함한 약 200여 개의 핫도그를 먹어본 것이었죠. 박 씨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식었을 땐 밀가루가 어떻게 되는지 직접 맛보고 모두 꼼꼼하게 기록했어요. 장사를 오래 하기 위해선 준비성이 철저해야 한다는 걸 오랜 장사로 깨달았거든요”라고 전했습니다.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오전에 송파구 직영 매장에서 하루 판매량 300개에 해당하는 재료를 준비해서 강남역 푸드트럭으로 이동해요. 11시부터 오픈 준비를 시작해서 점심 먹고 오후 1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합니다. 영업을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먹을 수 있는 거라곤 음료뿐이라서 점심은 꼭 먹어야 해요. 영업시간은 보통 오후 10시 30분까지인데 재료가 일찍 떨어지면 그전에 정리하는 편입니다. 



사진=이지우 동아닷컴 인턴기자 dlab@donga.com
사장님이 푸드트럭으로 많은 손님들을 만나면서 뿌듯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2018년 여름에 일본에서 오신 손님이 일본으로 핫도그를 포장해가고 싶다고 큰 반찬통 하나를 건네더라고요. 처음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안된다고 거절했는데 핫도그가 너무 맛있어서 가족들 생각이 난다는데 어떡해요(웃음).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뿌듯해요”라며 그 당시를 회상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금전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양심적으로 장사를 이어 나가는 게 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점점 체인 사업을 키워나가 푸드트럭 장사계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 박 씨의 목표입니다. 

“60살이 넘었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장사를 이어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70살까지는 건강 유지하면서 장사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맛있는 핫도그를 오래오래 먹고 싶다며 ‘사장님 건강하세요’ 라고 말해주면 기분이 아주 좋죠(웃음).”

이지우 동아닷컴 인턴기자 dlab@donga.com · 이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