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게 없는 선배에게 배우는 방법

잡코리아2019-08-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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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상사가 내 모습이 된다면?
사내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서글펐던 적이 있다. 상사에게 도무지 배울게 하나도 없다는 내용이 넓은 모니터에 임팩트 있게 박혀 있었다. 나직하게 읊조리는 악에 받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 마음이 온종일 무거웠다. 부모가 자식의 거울이듯 상사는 부하직원의 거울이다. 직장생활 중 끔찍했던 사건이 하나 있다. 자신이 죽이고 싶다고 말했을 만큼 싫어하던 상사를 꼭 닮아 버린 선배의 탄생.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쳤다. 

누군가 말했다. '자아의 깊이가 낮은 사람은 싫어하는 사람에게 쉽게 물든다'고…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모두에게 배울 점은 있다
내 직장생활을 떠올려 봤다. 어느새 십여 년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다. 대놓고 '존경합니다', '롤모델입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몇 명의 상사를 만났다. 그들과 나는 다른 사람이고, 내가 그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받은 좋은 감정은 직장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고, 그 기운이 내가 발전하는 데 보탬이 된 건 사실이다.

더불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최악의 사람이라도 재수 없게 투척 된 쓰레기로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좋은 기운을 받은 상사에게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에 대한 힌트를, 후자에게는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했다. 논어(論語)의 술이편(述而篇)에 나오는 말로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 좋은 것은 좇고 나쁜 것은 고치니 좋은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고, 나쁜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싫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마음이 옹졸해져 눈이 마주치거나 심지어는 하품하는 모습만 봐도 정이 떨어진다. '싫다 싫다' 하면 나도 모르게 점점 더 싫어진다. 나중에는 싫어하는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를 싫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마음은 내 시간, 내 마음만 탕진할 뿐이다.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는 믿기 어려운 진리를 받아들여야 직장생활이 좀 더 수월해진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사람이다
언제부턴가 싫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너그러워지는 법을 알게 됐다. 내가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면 상대에게 덜 적대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식적이지 못한 상사(선배)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고, 일반상식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에 대한 수십 년의 믿음이 틀어지기 시작하면 혼란스러움에 갈피를 잃기 쉽다. 하지만 허황된 현실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세상을, 사람을 품는 마음이 조금씩 넓어진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에 등장하는 세 명은 '나', '나보다 나은 사람', '나보다 못난 사람'을 말한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분명 '못난 사람'이다. 그러니 모든 상황을 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여 보자. 그래야 결국에는 배울 수 있는, 닮고 싶은 '좋은 기운을 품은 선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필자 ㅣ The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