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치토커' 박찬호 등판한 광고 만든 사람 누구야?

김가영 기자2019-08-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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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제가 LA에 있을 때~”

‘투머치토커(TMT)’ 박찬호가 등판한 KCC 광고 ‘형이 왜 거기서 나와?(KCC박찬호 편)’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KCC 채용 면접을 보러 온 취준생이 길을 물어보자 TMI 수다를 떠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광고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찾아서 보게 된다는 호평이 쏟아졌으며 한 달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420만 회를 훌쩍 넘었습니다.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제작자를 추적해 광고 감독 서준범(33)을 만나봤습니다.

“재미에 대해서는 언제나 ‘더더더’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캐릭터가 강한 셀럽을 쓴다면 좀 더 나가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이런 시나리오를 받아준 클라이언트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2017년 말 광고·영상 프로덕션 ‘엑스라지픽처스’를 차린 그는 1년 만에 12건의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올해에는 시트콤 등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런데 그의 광고 영상은 대체로 분량이 깁니다. 누가 ‘Skip’ 버튼 안 누르고 2~5분씩 광고를 보고 있냐고요?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서 감독이 만든 광고는 대부분 유튜브에서 100만~200만 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취준생의 애환을 담은 ‘순하리 소다톡’ 광고, 양세형의 까불거리는 연기를 담아 만든 ‘맥심 디카페인’ 광고 등이 그 예입니다.

서 감독은 “제가 긴 광고영상을 만드는 이유는 감정적인 체험을 이끌어내기 위함이에요. 이야기가 쌓여야 반전을 줄 수 있잖아요. 15초든 30초든 시청자가 영상에 몰입할 이야기를 만들고 반전을 주는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광고감독이 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순하리 소다톡' 메이킹필름 캡처
그가 광고감독이 된 것은 대학생 시절 UCC를 즐겨 만들던 것의 연장선이라고 합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만들어 싸이월드 미니홈피 등에 올리곤 했는데 영상이 포털 메인에 걸리는 등 자주 화제를 모았습니다.

2007년에는 대형 영화관이 에스컬레이터를 정지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은 현장을 고발성 UCC로 제작했는데 방송 뉴스로도 보도됐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재미있는 UCC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한 건, 두 건씩 만들다 보니까 광고 감독이 되어있었습니다.”

방송사 시험을 통과해 잠시 예능 PD가 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과 직무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6개월 만에 그만뒀습니다.

중학생 때 읽은 만화책이 제일 큰 자양분
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책도, TV도 잘 안 본다는 그는 “중학교 시절 어머니가 만화책 가게를 하셨는데 그때 만화책을 정말 많이 봤어요. 근데 그게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만화를 그리듯이 광고 영상을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만화는 전개가 빠르고 표현이 과장되어 있잖아요. 요즘 영상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짧게 보여주는 게 트렌드거든요. 제가 만든 영상이 지금 시기와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재미있는 게 뭔지 계속 봅니다. 안 본 글이 없을 정도로 보죠”라고 말했습니다.

그 영향일까요? 광고 모델을 고를 때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될 정도로 ‘스토리’가 풍부한 모델을 선호합니다. 유병재, 박찬호 등이 그의 광고에 출연한 것이 예입니다.

지난해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서 감독은 ‘광고감독의 발암일기’라는 웹툰도 만들고 있습니다.

"문득 살면서 못 해본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학창시절 만화가라는 꿈을 가진 적이 있었거든요. 당장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병실에서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암 투병을 하며 광고를 만드는 일상을 그림으로 풀었는데 그의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인 성격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암환우분들이 웹툰 덕에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해주실 때마다 뿌듯합니다. 웹툰을 그리면서 저 역시 위로를 받고 있고요."

2017년까지 다른 프로덕션 소속으로 일하다 개인 회사를 차린 이유를 묻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요”라며 웃었습니다. 회사 소속이었다면 웹툰 작가를 병행하는 것도 어려웠을 겁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서 감독의 목표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다 진출하고 싶어요. 굳이 어떤 매체를 규정짓거나 장르를 규정짓지 않으려고요.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다 영상으로 발산하고 싶어요.”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