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 듯 광고 아닌 듯… 당신의 시간은 누군가의 돈

동아일보2019-07-0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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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5만여 명인 A 씨. 해외 화장품 브랜드 초청으로 유럽 본사에 간다. 비행기 비즈니스석 탑승하는 사진부터 시작해 유럽 본사에서 제품 설명을 듣고 공장을 둘러보는 사진까지 실시간으로 올린다. 브랜드 역사뿐 아니라 제품 장점, 사용법까지 자세히 덧붙인다. 뿐만 아니다. ‘인스타 공구(공동구매)’도 진행하며 제품을 직접 판다. 특별히 할인된 가격이라 강조하면서. 게시물은 광고임이 분명하지만 어디에서도 광고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막간에는 자신이 판매할 옷을 입고 거리에서 사진 찍는다. 게시물에는 “언니 너무 예뻐요. 마켓 언제 여나요(언제 판매하나요)” 등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귀국해선 ‘라방’(인터넷 라이브방송)으로 유럽에서 선보였던 옷을 판매한다. ‘완판’되는 경우가 많아 광고주가 많이 붙는다. 며칠 뒤 서울시내 호텔에서 럭셔리 시계 브랜드의 파티를 즐기는 사진을 올리며 제품 착용 사진을 보여주고, 이후에는 또 다른 브랜드 초청을 받아 해외로 가서 제품을 소개한다. 역시나 광고 표시는 없다.

최근 인스타나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가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이들이 소개하는 제품을 눈여겨보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실제로 국내 인스타 이용자 3명 중 1명은 인스타에서 실제 구매를 한다. 문제는 인플루언서들이 대체로 대가를 받고 제품을 소개하지만 대부분 광고 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 믿고 샀다가 피해 보는 경우도 있음은 물론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에서야 실태 조사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미온적이다. 팔로어 수가 곧 권력인 인플루언서들은 광고 표시를 대놓고 하면 팔로어가 줄고, 업체 역시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이들을 규제할 근거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표시광고법의 하위 지침은 새로운 형태의 광고인 인플루언서 광고까지는 규제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 돈이나 제품 협찬을 받아 글을 올릴 때 이를 명시토록 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인플루언서 광고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는 해외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영국 광고 규제 기관인 표준광고위원회(ASA)는 ‘광고가 광고임을 명확하게 하는 인플루언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금전적 보상이 따르는 게시물에 광고를 뜻하는 ‘AD’라는 단어를 꼭 넣게 했다. 이를 상단에 넣어 ‘미리 보기’에 나타나야 하고, 미리 보기를 누른 후에야 보이면 안 된다. 또 AD를 여러 단어에 섞어놓아 눈에 안 띄게 해도 안 된다. 심지어 AD 대신 ‘SP’(후원·sponsored)이나 ‘in collaboration with’(~와 협업해서) 등 다른 단어를 넣는 것도 금지했다. 꽤 구체적이고 꽤 엄격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인플루언서가 광고성 게시물을 게재하면 광고임을 밝혀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광고임을 명시하지 않는 것은 이용자에 대한 엄연한 기만이다. 인플루언서나 광고주 모두 소셜미디어가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기본 명제를 무시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스타 속 아기가 예뻐서 팔로잉하면 어느 순간 아기 옆에 육아용품을 놓고 찍은 생뚱맞은 사진이 올라오고, 언니의 스타일이 멋있어서 팔로잉하면 이 언니는 다이어트 보조제나 화장품을 소개해 준다. 업체가 인플루언서 여럿을 한꺼번에 투입해 광고하는 경우도 있기에, 이럴 땐 같은 제품이 소셜미디어 담벼락을 점령한다. 인플루언서에게 보인 나의 호의가 돈으로 치환되는 건 이렇게나 한순간이다.

한국인의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한 시간에 육박하고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 됐다.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광고와 광고 아닌 것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이용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관련 제도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용자 스스로 광고를 구별해내는 ‘애드 리터러시(AD Literacy)’ 교육까지 필요한 시대가 올는지도 모르겠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