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면 혼난다!” 결식아동 돕는 파스타집 사장님

김가영 기자2019-07-0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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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에게 대가 없이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파스타집이 화제입니다.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에서 파스타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인태 대표(34)는 6월 26일 트위터를 통해 “진짜파스타(상호명)에선 꿈나무카드 언제나 환영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오 대표는 “올해 초 구청에 갔다가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를 알게 되었다. 알아보니 결식아동에게 5000원의 식대를 지급해 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5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각 지자체에서는 결식 우려가 있는 빈곤가정 어린이에게 급식카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카드 이름과 지원 규모는 지자체마다 다릅니다.

이 급식카드는 사전에 계약을 맺은 곳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선택의 폭이 좁습니다. 또한 5000원 내외로 끼니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아 편의점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오 씨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기분 좋게 동의해주어 (결식아동의 식사 비용을) 그냥 안 받으려고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 대표는 결식우려 아이들에게 “아저씨가 어떻게 알려야 너희들이 상처받지 않고 편하게 올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잘 몰라 미안하다”면서 “그냥 삼촌, 이모가 밥 한 끼 차려준 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와서 밥 먹자”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몇 가지 당부의 말도 전했습니다.

△가게 들어올 때 쭈뼛쭈뼛 눈치 보면 혼난다

△뭐든지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거 얘기해달라

△영업시간을 지켜달라

△다 먹고 나갈 때 카드 한 번 보여주고 미소 한 번 보여달라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고 웃으며 자주 보자

그러면서 “악용하는 분들은 적발 시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적었습니다.

한편 진짜파스타는 오인태, 전미경, 이민혁, 김두범 총 4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파스타집입니다.

이들은 결식우려 아동들에게 6000~1만4000원대 파스타는 물론 음료 등 사이드메뉴 까지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왼쪽부터 전미경, 이민혁, 김두범, 오인태 /진짜파스타 제공
외식업체에서 슈퍼바이저로 일했던 오 대표는 "본사 갑질이 싫어서 회사를 그만뒀다. 본사 갑질이 없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자는 취지로 창업을 시작했다"고 동아닷컴에 밝혔습니다.

진짜파스타는 결식아동뿐만 아니라 소방관에게도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고 있습니다. 또한 파스타값 대신 헌혈증을 받아서 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증하는 행사도 했는데 160~170개의 헌혈증이 모였다고 하네요.

수지타산이 맞냐는 질문에 오 씨는 “안 맞는다. '잘 되고 나서 베풀어야지' 하면 안 될 것 같다. 회사가 잘 되기 전부터 해야 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진짜파스타 측은 ‘꿈나무카드(서울시 결식아동 급식카드)’를 가지고 온 어린이들에게 ‘VIP 카드’를 발급할 예정입니다.

오 대표는 “트위터 누리꾼이 제안해주셨다. 꿈나무카드를 가진 아이들이 위축되거나 때때로 마음 상해하는 것 같다며 VIP카드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해서 어제 급하게 디자인하고 오늘 시안을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런 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정말 훈훈합니다”, “제발 악용하는 사람 없이 오래도록 좋은 취지에서 이어가시길 응원한다”, “결식아동카드. 눈치 보일 수밖에 없었고 쓰면 따가운 눈치 때문에 안 쓰고 굶던 시기가 떠오른다. 이런 가게는 꼭 잘 되길 바란다”, “멋진 어른이다 진짜”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