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쓰레기로 ‘먹을 수 있는 포장지’ 만드는 회사

이예리 기자2019-06-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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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들이 있습니다. 비닐 포장지나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환경을 생각해서 비닐봉투나 포장지를 쓰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가도 마트에서 채소나 과일을 담으려면 자연스레 비닐봉투를 쓰게 됩니다. 이미 포장되어 있는 식품들도 대개 비닐봉투에 들어 있거나 스티로폼 접시에 담겨 랩으로 감싸여 있습니다.

make-gr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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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이 포장지로 재탄생

폴란드 기업 ‘메이크그로우 랩(MakeGrowLab)’은 비닐 대신 쓸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가볍고 쓰기 편하며 내용물을 잘 보존할 수 있다는 비닐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흙에 묻으면 빠르게 생분해되는 재료가 없을까 고민하던 창업자 로자 야누츠(Roza Janusz)씨는 ‘스코비(SCOBY·홍차버섯)’라는 균 종류를 떠올렸습니다.

스코비 포장지는 양파나 감자 껍질, 파 뿌리 등 식재료를 손질하고 남은 쓰레기들로부터 만들어집니다. 그냥 놔두면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질 이 재료들로 유산균을 배양해 넓적한 형태로 만들고, 수확한 뒤 넓게 펼쳐 말려 포장지나 일회용 접시 모양으로 가공해 사용합니다.

스코비 포장지에 한 끼 분량의 쌀과 채소 등을 담아 만든 간편 식사 팩. 포장지 째로 물에 넣고 끓이면 요리가 완성된다. 사진=make-grow.com
쪼글쪼글한 반투명 종이처럼 보이는 이 포장지는 물과 산소를 차단해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2년 정도 보관하며 쓸 수 있습니다. 다 쓴 뒤에는 그냥 땅에 버려도 자연히 분해되는데다 먹을 수도 있습니다. 스코비 버섯은 최근 건강식품으로 주목받는 콤부차의 재료입니다.

로자 씨는 스코비 포장지 아이디어로 2018년 한 해 동안 폴란드, 네덜란드, 체코, 영국,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 산업디자인 대회와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메이크그로우 랩의 목표는 11~15일마다 배양면적 1제곱미터당 스코비 1톤씩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로자 씨는 “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과 ‘키우는 것’ 중간쯤 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아직은 스코비를 시장에서 만날 수 없지만 상용화를 위해 작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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