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서 도마뱀 ‘손질’했다가 논란 휩싸인 中 요리사

이예리 기자2019-03-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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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명 넘는 팬을 보유한 중국의 스타 요리사가 조리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었다가 구설에 휩싸였다.

요리 영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왕 강(王刚·29)씨는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살아있는 왕도마뱀을 요리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왕강입니다. 오늘은 삶은 도마뱀 요리를 알려 드리겠습니다”라며 시청자들을 향해 인사했다.

Youtube '美食作家王刚'
깔끔한 요리사 복장을 차려입은 왕 씨는 도마뱀의 머리를 칼등으로 수 차례 내리쳐 기절시킨 뒤 세척, 손질 작업까지 신속하게 끝냈다. 이 모든 과정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등에 공개됐다.

영상이 공개된 뒤 여론은 들끓었다. 고기 요리를 먹기 위해서는 도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굳이 카메라 앞에서 불편한 장면을 보여줘야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도마뱀을 식재료로 쓴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왕 씨는 “요리에 쓴 도마뱀은 야생에서 포획한 것이 아니라 농장에서 공급받은 것”이라 해명했다. 중국 법률상 야생 도마뱀을 잡아 먹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도마뱀 고기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업자들은 도마뱀을 인공 번식시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Youtube '美食作家王刚'
Youtube '美食作家王刚'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왕 씨는 홍콩 매체 SCMP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 고기 요리를 만들려면 생명체를 도살해야만 한다. 요리사가 매일 하는 일이다” 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7년부터 요리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왕 씨는 요리 과정을 시작부터 끝까지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스타일로 인기를 얻었다. 영상 촬영 전 재료를 미리 깔끔하게 준비해 두면 '편안한' 영상을 만들 수 있겠지만 왕 씨는 밑손질하는 모습부터 찍어서 ‘현실 요리’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원했다. 그는 현재 아이치이, 진르텨우탸오, 유튜브 등 20여 개 플랫폼에 영상을 올리고 있으며 총 구독자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요리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16세 무렵 요리의 길로 뛰어든 왕 씨는 서빙, 설거지, 매장 청소, 채소 썰기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았다. 25세가 됐을 때는 이미 40곳이 넘는 식당을 거쳤으며 어깨 너머로 배운 요리법도 500개가 넘었다.

2017년 쓰촨성 한 레스토랑의 요리장이 된 뒤에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시작했다. 영상 찍는 법도 몰랐고 스마트폰조차 없어서 형의 도움을 받았지만 곧 월급을 전부 촬영장비 구입에 투자할 정도로 재미를 붙였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2017년 10월 식당 근무를 그만두고 영상 크리에이터로 완전히 전업했다.

왕 씨가 3월 14일 공개한 토끼요리 영상의 한 장면. Youtube '美食作家王刚'
왕 씨의 명성은 여전하지만 도마뱀 영상 논란이 불거지며 다른 영상들도 새삼 도마에 올랐다. 특히 살아있는 토끼에게 당근을 먹여주며 귀여워하는 장면 직후 붉은 고깃덩어리를 보여주는 연출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네티즌들은 "고기가 땅에서 솟는 줄 아는가. 맛있는 돼지 요리, 닭 요리도 동물의 생명을 빼앗아 만들어지는 것이다. 낭만에 취해 현실을 외면하지 마라"며 왕 씨를 두둔하는 쪽과 "아무리 그래도 영상에서 대놓고 보여주는 건 지나치게 선정적인 연출" 이라는 쪽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연이은 논란에도 왕 씨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나는 요리사다. 요리사가 요리 과정 일부만 보여주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는 건 일종의 속임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요리의 ‘전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방식을 선호한다”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