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키운 비둘기 한 마리, ‘16억 원’에 낙찰

이예리 기자2019-03-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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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비둘기 경매 사이트 PIPA (auctions.pipa.be)
특별한 비둘기 한 마리가 역대 최고가인 125만 유로(한화 약 16억 원)에 낙찰됐다.

3월 19일 홍콩 SCMP에 따르면 ‘알만도(Armando)’ 라는 이름을 가진 이 비둘기는 F1 레이서 루이스 해밀턴에 비견될 정도로 빠른 전서구다. 전서구는 서신을 전달하는 비둘기라는 의미로, 옛날 사람들은 귀소본능이 뛰어난 비둘기를 장거리 우편배달부로 활용했다. 전보와 전화가 등장하면서 전서구는 주로 경주용이나 취미용으로 사육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전서구 애호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만도를 키운 벨기에 사육사 조엘 베르슈트(Joël Verschoot·63)씨는 “알만도는 챔피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새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렇게 높은 가격에 낙찰될 줄은 나도 예상 못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매는 2주간 온라인 사이트에서 진행됐으며 중국 국적 입찰자 두 명이 경쟁을 벌였다. ‘XDDPO’ 라는 닉네임을 가진 참여자가 10만 유로를 걸자 잠시 뒤 ‘Champ Team’ 이라는 참여자가 2000유로를 더 얹어 제시하며 경쟁에 붙이 붙었다. 마침내 알만도는 125만 유로에 낙찰됐다. 지난 2017년 베르슈트 씨가 40만 유로(약 5억 1300만 원)에 판매한 전서구 ‘나딘(Nadine)’의 기록의 3배나 되는 거액이었다. 나딘 구매자는 중국의 부동산 재벌 싱 웨이로 알려졌다.

젊은 시절 도축장 관리인으로 일하던 베르슈트 씨는 은퇴 뒤 취미로 비둘기 사육을 시작했다. 나딘, 알만도 등 걸출한 전서구를 키워내 행운을 거머쥔 그는 자기가 키우는 500여 마리 비둘기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으며 하루 12시간씩 새들을 돌본다고 한다. 지난 40년 간 도축장에서 일하며 번 것보다 더 많은 돈을 2주만에 벌었다는 베르슈트 씨는 “다섯 살인 알만도는 이제 전서구로서 은퇴할 때가 다 됐지만 여전히 뛰어난 방향감각과 강인한 날개 힘을 갖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진=비둘기 경매 사이트 PIPA (https://auctions.pipa.be/en)
베르슈트 씨의 횡재는 '비둘기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 세계 전서구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비둘기를 경매하는 사이트 피파(PIPA·Pigeon Paradise의 약자) CEO 니콜라스 기젤브레트(Nikolaas Gyselbrecht)씨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알만도처럼 ‘몸값’ 높은 비둘기가 등장했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서구를 키우거나 구입해서 전문적으로 대회를 노리는 주인들이 많다 보니 크고 작은 잡음도 생긴다. 2017년 중국에서는 750km 경주대회에 참여한 주인 두 명이 비둘기를 고속열차에 태워 보냈다가 적발돼 징역 3년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