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직장 왕따 피해자, 욕먹어도 싸다는 말 들어” 새 연구

최현정 기자2019-03-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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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지난해 서울 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태움’이라는 간호사 조직 내 집단 괴롭힘 관행이 알려졌다. 피해자가 목숨을 끊게 할 정도로 심각한 괴롭힘은 비단 간호사 집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장인 15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경험했다고 응답한 직장인이 46.5%(513명)로 절반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런 괴롭힘은 쉽사리 근절되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가 잘못한 것처럼 비난을 받고, 가해자는 별다른 처벌도 받지 않곤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오는 7월 16일 시행)이 공포됐지만, 법보다 직장 안에서 자정 작용으로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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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응용심리학 저널(th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된 새로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독자들이 사원에 대한 ‘편견’을 자각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첫걸음이 된다.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은 잘못한 일이 없더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학대를 당했다. 게다가 일을 아무리 잘해도 형편없는 직원으로 낙인찍혔다. 반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들은 상사와 관계만 좋다면 견책도 받지 않고 빠져나갔다.  

미국 직장 내 괴롭힘 연구기관은 직장 내 괴롭힘을 1명 이상의 가해자에 의한 1명 이상의 사람에 대한 “반복적인, 건강을 해치는 학대”라고 정의한다. 구체적으로 “협박, 굴욕, 겁주기 또는 업무 방해 행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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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주도한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 경영학과 섀넌 테일러(Shannon Taylor) 부교수는 “결과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라며 “뉴스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보면 사람들은 종종 어떻게 피해자를 비난할 수 있는지, 왜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지 궁금해하기에 이번 연구가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4개의 연구 과정에 걸쳐 작업을 수행했다. 처음에는 상사-직원 372쌍을 조사했고, 두 번째 연구에서는 5개 식당 직원 149명의 2184건의 상호작용을 추적했다. 세 번째와 마지막 연구에서는 피험자가 자신의 업무 성과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우받았고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했는지에 따라 직원을 평가하는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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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감독자들은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왕따를 자초했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은 또한 피해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더라도 여전히 문제아로 보고 있었다. 게다가 문제아로 비친 피해자들의 업무수행 평가는 낮아졌다.

반대로 상사가 가해자를 유능하고 좋은 직원으로 볼수록, 그가 저지른 직장 내 괴롭힘을 일탈로 볼 가능성이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상사의 편견이 문제였다.

연구자들은 한 사람의 긍정적인 속성이 부정적인 면을 가리는 ‘후광 효과(halo effect)’, 한 사람의 부정적인 속성 하나가 그를 완전히 나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뿔 효과(horns effect)’ 같은 인지적 편견 때문에 평가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한다고 진단했다.

테일러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편향은 훈련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라며 “첫 단추는 편견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연구로 적어도 사람들이 편견에 대해 자각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