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한쪽 짧은 쿠키 판매해 크리스마스 파티 여는 청년들

잡화점2018-12-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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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괜찮은 쿠키. 사진 출처: 디마이너스원 인스타그램(@diminusone)
팔 한쪽이 짧은 이 쿠키, 불량처럼 보이시나요? 불량이 아닙니다. 다른 진저맨 형태의 쿠키와 모양이 조금 다를 뿐 이 모습 그대로 완전하고 맛있는 쿠키입니다. 캠페인 크리에이터스 D-1(디마이너스원)은 ‘그대로 괜찮은 쿠키’를 판매한 수익금으로 장애 아동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이 서로의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디마이너스원 공동대표 김동길(27), 김장한(27). 사진 출처: 동아닷컴 인턴기자 김나래
D-1(디마이너스원)은 사회 문제를 조명하고 해결하기 위한 공익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그대로 괜찮은 쿠키’ 캠페인과 같이 상품을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캠페인뿐만이 아니라 기업과 협업하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합니다.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캠페인으로 SBS, 코레일과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사진 출처: 유튜브
- 두 분은 어떻게 뭉치게 되셨나요?

저희는 대학 동기로 만났어요. D-1을 만들기 전에는 둘 다 광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요. 저희 둘이 광고 공모전에 많이 참여했는데 한 해외 광고제 공모전에서 ‘광고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라’는 과제를 받았어요. 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이 시작하던 때라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그런데 공모전에서 매번 아이디어 내고, 시상식만 하고 끝나는 게 아쉽더라고요. 이 아이디어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직접 실행해보기로 했어요. 지하철 곳곳에 스티커를 붙이러 다녔죠. 그때 받은 감동이 커서 공익 캠페인을 전문으로 만들어보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김동길)

‘우린 아직 리우에 있어요!’ 캠페인,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패럴림픽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제작된 캠페인이다. 사진 출처: D-1 홈페이지
- D-1이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캠페인을 보여주겠다는 뜻이에요.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 사회문제가 해결된 더 따뜻한 세상을 D-day(디데이)라고 하면, 그 전날인 D-1(디마이너스원)의 기대하는 마음으로 캠페인을 준비하고 만들어가겠다는 의미입니다. (김동길)

그대로괜찮은쿠키 제작모습. 사진 출처: 유튜브
- 그대로 괜찮은 쿠키 캠페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서 캠페인을 진행해보고 싶었어요. 시즌 1 기획 당시 특수학교 설립 문제로 장애학생 부모와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더 추웠을 겨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장애인분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캠페인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김동길)

쿠키라는 매체는 크리스마스에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의미 있는 선물이 뭘까 고민하다 진저맨 형태의 쿠키가 떠올랐습니다. 쿠키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김장한)

그대로 괜찮은 쿠키. 사진 출처: 텀블벅
- 쿠키가 특정 장애인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요. 저희 쿠키는 흉내가 아니라 비유입니다. 간혹 ‘그대로 괜찮은 쿠키’를 지체장애 쿠키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희 쿠키는 특정 장애를 표현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김장한)

“팔이나 다리 한쪽이 짧은 쿠키만 배송하면 ‘그대로 괜찮다’는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모양의 쿠키도 세트에 포함시켰어요.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구분 짓고 분리하려고 하기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어울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김동길)

모금된 금액 중 30%는 한국장애인재단을 통해 장애 아동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작년 연말에는 장애 아동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었다는데요. 김동길 대표는 ‘아동기 때의 즐거운 경험들이 훗날 큰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김장한 대표 역시 “쿠키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저희를 도와주세요‘가 아닌 ’저희는 이대로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있는 만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행사를 열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 모습. 사진 출처: 유튜브
- 크리스마스 파티라니 너무 즐거웠을 것 같아요.

선물에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웠고 또 저희가 준비한 파티를 즐겨줘서 고맙더라고요. 저희가 만든 캠페인이 실제로 누군가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광경을 보는 게 신기했어요. 그날 이후 저희의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사회를 점차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해맑은 아이들이 언젠가 커서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이 아이들이 컸을 때는 우리 사회가 따뜻한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동길)

- 기억에 남는 후원자가 있나요?

그대로 괜찮은 쿠키 캠페인을 진행할 때 메시지를 보내주신 학생분이 계셔요. 그분께서 ‘돈이 얼마 없어 큰 금액을 후원하진 못했지만 이런 캠페인을 열어주고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희가 한 거라고는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한 거 밖에 없어요.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없었더라면 이런 캠페인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후원에 참여해주시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감사하고 뿌듯한 일이죠. (김장한)

그대로 괜찮은 쿠키는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시즌마다 쿠키 모양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데 시즌 1은 기본쿠키(위), 시즌 2에서는 볼 빨간 쿠키(가운데), 시즌 3에서는 루돌프 쿠키(아래)를 만들었다. 사진 출처: D-1 홈페이지, 텀블벅 홈페이지
- 두 분이서 시작한 사업이라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단발성 캠페인들을 집행해 왔었어요. 그대로 괜찮은 쿠키 캠페인도 처음에는 이렇게 지속적인 사업이 될 줄 모르고 시작을 했고요. 모든 사회문제가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그대로 괜찮은 쿠키 시즌 1, 2 당시 제과점 사장님, 재단 분들, 촬영 감독님 등 많은 분들께서 선의로 도와주셨는데 저희가 충분한 보상을 못해드렸다는 게 죄송했어요. 앞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려면 한 쪽의 선의만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니까 좀 더 체계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장한)

- 캠페인 크리에이터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가끔 저희에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함께하고 싶다’며 이력서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공익 캠페인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를 본 적이 없다고 하시면서요. 사회 공헌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설자리가 없기 때문에 아까운 능력들이 발휘가 못되고, 영향력이 펼쳐지지 못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저희가 더욱 노력해서 그런 능력을 발휘할 발판을 만들 수만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줄 것이고, 사회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김동길)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도 처음부터 ‘공익 캠페인 크리에이터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해서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저희도 원래 광고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마다 캠페인 아이디어를 짜고, 집행해보면서 이 일을 본업으로 하게 된 겁니다. 미래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용기를 내라’, ‘과감한 도전을 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자신이 믿는 가치에 부합하는 일들을 주말에라도 재미 삼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다보면 좀 더 원하는 미래에 조금 더 가까워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장한)

D-1은 ‘자신의 창의력이 사회를 위해서 사용될 때 보람을 느끼고, 더 적극적이게 된다’며 앞으로도 더 나은 내일인 D-day를 만들기 위해서 D-1의 마음으로 기대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관심 가지길 바라며 오늘보다 더 따뜻한 내일을 기대합니다.

기획·제작 동아닷컴 인턴기자 김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