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기부” 한국선 듣기 힘든 大부호들의 목소리

황지혜 기자2018-12-15 18:00
공유하기 닫기
기부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기부가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그로 인해 즐거움을 얻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지난 2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부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게이츠는 ‘기부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기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지금까지 기부한 재산 총액 만도 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아내 멀린다 게이츠와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면서는 “내가 죽은 뒤 세 자녀에겐 유산의 0.02%만 물려주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미국 자선 관련 전문지 필랜스로피 크로니클(The Chronicle of Philanthropy)는 올 2월 지난해 기부자 상위 50명의 순위와 기부액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순위에서 게이츠 부부는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해 동안의 기부액은 무려 47억8000만 달러. 이들은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저소득층의 교육기회,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 퇴치 등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또 앞선 8월에도 4억6000만 달러를 가난한 미국 학생의 대학 진학 지원금으로 투척하는 등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2위에 오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아내 프리실라 챈 부부 역시 20억1894만4200달러라는 거액을 한해 동안 기부했다. 이들 부부 또한 공동으로 설립한 ‘챈 저커버그 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교육 기회 제공과 과학 발전을 지원해왔다.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CEO와 부인 수전 델 역시 ‘마이클 앤드 수전 델’ 재단을 세웠다. 이 재단에서 지난해 기부한 돈은 10억 달러다.

지난해 기부 순위 상위 세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모두 미국의 대표 기업을 이끄는 CEO들이다. 그리고 모두 10억 달러 이상이라는 어마어마한(하지만 그들의 전체 자산에 비하면 적은) 액수를 기부해왔다. 그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다.

톱10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 했지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상당한 재산을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 재산의 99%를 기부할 것”이라고 밝힌 버핏은 매년 보유 주식의 5%씩을 기부하고 있으며, 그의 누적 기부액은 현재까지 467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기빙 플레지 홈페이지 캡처
또한 버핏 회장은 게이츠 회장과 함께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라는 전 세계 부호들의 기부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이 클럽은 생전, 혹은 사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부호들이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현재까지 클럽에 가입한 인원은 186명이다.

기빙 플레지에 등록된 아시아 부호들. 출처=기빙 플레지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미국 등에 비해 기부 문화가 깊게 뿌리내려 있다고 보기 힘들다. 단적인 예로 186명의 기빙 플레지 회원 중 한국 부호는 단 한 명도 없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등 국적을 가진 부호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중화권 유명 배우 저우룬파(주윤발)가 자신의 전 재산인 56억 홍콩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제 일상적으로 쓰이게 된 신조어 금수저, 은수저라는 단어는 부의 세습이 불러온 절망과도 관계가 있다. 그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더욱 의미 깊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부호들이 던진 기부 문화가 국내에는 언제쯤 꽃 피울 수 있을까.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