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원들, 다 좋은데 ‘칼퇴’ 가 문제” CEO의 고민

이예리 기자2018-12-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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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정시퇴근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라인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quora.com)에 올라온 한 CEO의 질문.
업무 시간 내에 집중해서 일을 처리하고 정시 퇴근해 푹 쉬는 게 좋다는 건 모두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원리원칙에 어긋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노동환경이 합리적이라는 미국에도 ‘보스’의 갑질은 존재하는데요. 최근 한 익명 CEO가 온라인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Quora)에 올린 질문에 해외 네티즌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익명의 회사대표 A씨는 지난 11월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칼같이 사무실을 떠나는 직원 두 명이 있습니다. 둘 다 일은 잘 하지만, 정해진 시간까지만 딱 일하고 마는 게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CEO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A씨의 글은 즉각 직장인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00명이 넘는 각 분야 전문가와 베테랑 직장인들이 몰려와 반박 의견을 적었습니다. 이들은 시대 변화를 잘 파악하는 것도 CEO의 능력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경영 컨설턴트 크리스 맥클린치(Chris McClinch)씨는 “직원들은 근무시간 동안 열심히 일할 의무가 있지만, 일이 끝나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들이 가족을 돌볼 시간, 재충전할 시간, 반려동물과 놀아줄 시간, 혹은 투잡을 뛸 시간마저 당신에게 바쳐야 하나요?”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저는 퇴근하자마자 ‘직장인’에서 ‘남편과 아빠’모드로 스위치를 바꿔 켭니다. 딸을 재우고 나면 또 스위치를 ‘운동’으로 바꿔 운동선수 모드로 변하죠”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경영전문가 폴 라뤼(Paul LaRue)씨 역시 “고용주들이 직원에게 무작정 오래 일해줄 것을 기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하는 방식에 만족하지 못 하며 X세대(1968년 전후로 태어난 세대)들도 밀레니얼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20년째 IT업계에서 일하는 베테랑 개발자 스콧 비들(Scott Biddle)씨는 “당신이 CEO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궁금하시다고요? 바로 직원들의 이직에 대비하는 겁니다”라며 따끔한 일침을 남겼습니다.

비들 씨는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이직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상사가 주 50시간이었던 근로시간을 60시간까지 늘리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물론 일은 소중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일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A씨의 글에는 100명이 넘는 각 분야 전문가와 베테랑 직장인들이 몰려와 반박 의견을 적었습니다. 이들은 시대 변화를 잘 파악하는 것도 CEO의 능력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중요성은 몇 년 전부터 노동시장의 중요한 화두가 됐습니다. 2013년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구진은 일과 자신을 떼어 놓는 시간, 즉 휴식시간이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이후 우리나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워라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100일을 맞아 10월 8일 구인구직플랫폼 사람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38명 중 43.6%는 재직 중인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야근이 줄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37.8%였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