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까지 열대우림에 고립된 부족과 산 남자

최현정 기자2018-11-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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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고원지대 부족 데가르족 출신
“완전히 다른 행성에 사는 것 같다”
미국 정착 후 발달장애인 관련 비영리 단체 직원으로 일해
리치 에누올(Rich Enuol·32) 씨는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10대 시절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에서 외딴 부족과 함께 살았다.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는 오지 마을에서 원숭이나 뱀을 먹고, 초가지붕 아래에서 잠을 청했다.

오늘날 그는 미국인 아내와 함께 매사추세츠에서 어린 시절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휴대전화도 없고, 고층 건물도 기술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숲에서 살았다.”

에누올은 고원지대에 사는 모계사회 부족 데가르족(혹은 몽타냐르족) 출신이다. 한때 수백만 명이던 인구는 베트남 전쟁 이후 수십 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데가르 집단은 계속해서 쇠락했다. 기후 변화와 삼림 벌채, 정부의 박해로 삶을 위협 당했다. 에누올의 어머니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형제들은 다른 마을에서 이모, 외삼촌과 함께 살았다.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에누올의 부족은 소규모 경작을 하고 사냥을 하고 숲에서 먹을 것을 채집하며 살았다. 옷은 지역사회에서 수확한 면화로 만들었다.

“야생 동물에 둘러싸인 열대 우림을 기억한다. 원숭이, 호랑이, 코끼리, 곰, 백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주변엔 우리 부족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선 며칠을 걸어가야 했다. 그곳은 우리의 낙원이고 피난처였다.”

에누올과 같은 부족들의 삶은 최근 인도 동쪽 벵골만 안다만해 북 센티널 섬에 거주하는 외딴 부족을 연상케 한다.

최근 이들에게 선교하러 갔던 미국 청년 존 앨런 차우는 화살에 맞아 사망했다. 오랜 시간 문명을 거부해온 원시 부족은 외부인 차우를 죽여 해변에 묻었다. 이 사건은 윤리 논란을 촉발했다. 작은 접촉이라도 면역력이 없는 부족민에게 독감, 홍역 등을 전파해 그들을 몰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데가르 사람들은 지난 몇 세기 동안 외부 사람들과 반강제적으로 접촉했다. 1800년대와 1900년대초 유렵 가톨릭과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은 외딴 마을을 개종하려고 했다. 프랑스의 베트남 점령기에는 더욱 극심했다.

에누올의 가족은 본래 정령 숭배 신앙을 믿었지만, 기독교로 개종했다.

정글에서 사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에누올은 비 부족민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베트남인들을 경계했다. 때로는 외부인들이 자신의 마을에서 농작물을 뺏어갈 수도 있다고 배웠다.  

“현대 베트남인 방문객들은 여러 번 마을을 불태웠다고 했다. 공동체는 천막이나 초가집에 살았다.”

땅을 뺏기고 지친 가족은 밀림을 떠나 베트남 군부대 지역으로 이사 갔다. 나중에 유엔에서 온 봉사자를 따라 캄보디아의 몬둘키리(Mondulkiri) 지역 난민 캠프로 옮겼다.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열대우림 밖에는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다른 행성에 간 기분이었다고 했다.

“난 완전히 다른 별에 있었던 것 같았다. 화장실부터 에스컬레이터,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충격을 받았다. 너무 이상했다.”

캠프에서 일하는 미국인은 그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2000년 그는 미국에 망명 신청을 했다. 워싱턴주로 이주한 그는 거기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애팔래치아 주립대학교에 입학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는 현재 매사추세츠주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평소 어려운 이웃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발달 장애인의 재활을 돕는 비영리 기관에 들어가 사이트 관리자로 일한다.  

그는 2015년 고펀드미 캠페인 덕분에 과거 살던 마을을 다시 찾아 가족을 만났다. 그는 마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숲이 사라진 것이다.

“내가 자란 숲, 내가 자라면서 본 곳은 거기 없다. 근대화, 세계화, 기후 변호, 동화… 잃어버렸기에 마음이 아팠다.”

오늘날 베트남 정부는 고립부족들을 박해하고 있다. 2001년 이후 약 3000명이 인근 국가인 캄보디아로 탈출했고, 수백 명이 미국에 정착했다.

에누올은 존 앨런 차우와 같은 사람들이 원주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온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착민들에게 있어서 (종교적 개종)은 우리 믿음을 씻어버리는 또 다른 방법”이라며 “누군가 새로운 믿음을 믿기 위해 원래 믿음을 포기할 때 ‘왜 내 문화가 그리 좋지 않은가?’라고 생각하게 돼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그들의 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발견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원주민들이 발견되길 원했다면 발견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