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출마자 당선 비법’ 가르치는 정치 스타트업

최현정 기자2018-11-17 06:00
공유하기 닫기
11월 12일(현지시간) 보트 런 리드(VoteRunLead) 행사, 에린 빌라디(Erin Vilardi) 창립자. 출처=트위터 @VoteRunLead 
인류의 반인 여성에게 아직 정치의 벽은 높습니다. 정치 선진국 미국에서도 흑인 대통령은 나왔지만, 여성 대통령은 아직 나오지 못했습니다. 2016년 미 대선에서 유력 후보였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예상을 깨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현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여성 대통령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중간 선거에서 여성 후보가 대거 당선되면서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뒤에는 여성의 출마를 돕는 ‘정치 스타트업’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바로 에린 빌라디(Erin Vilardi)가 세운 보트 런 리드(VoteRunLead, 약칭 VRL)입니다.

11월 1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2014년 여성의 백악관 진출을 돕기 위해 조직된 VRL는 현재까지 3만 3000명 이상의 여성을 정치 지도자로 훈련하고 있습니다.  

에린 빌라디 CEO는 “우리는 홍보를 하고, 여성들을 모집하는데 가용 시간의 3분의 2를 씁니다. 그것은 정말로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라고 뉴욕포스트에 말했습니다.

대개 여성들은 ‘나 같은 사람이 출마할 자격이 있을까’라며 정치를 지레 포기합니다. 정치에 문을 두드리는 여성들이 적으니, 선출직 공무원 역시 남성들에게 뒤처집니다. 그런데 이런 여성들의 생각을 바꾼 사람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합니다. ‘마초’ 대통령 트럼프가 어떻게 여성들의 생각을 움직였다는 것일까요.

“정치적, 군사적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는 것을 보고, 여성들이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빌라디 CEO가 설명했습니다. ‘저런 사람도 대통령이 되는데, 나라고 지방 의회에 출마하지 못하겠나?’라고 여성들이 심경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이전에는 여성들은 ‘뭔가 마법 같은 우리가 모르는 정치 입문 공식이 있을 것…’이라고 포기하거나, ‘시니어 네트워크에 가입하지 않아 성공할 수 없어’라고 이유를 댔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큰 동기부여로 작용했습니다.”

VRL실습에서는 일반적으로 30~80명이 한 반으로 편성돼 동기 부여, 리더십 스타일 등 주제를 놓고 토론합니다. 커뮤니케이션 교육에는 개인적인 이야기 요소를 잘 녹여내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빌라디 CEO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수강생에게 “싱글 맘이 되는 자산과 극복해야 할 것에 대해 말하는 거예요”라고 포인트를 짚어 주었습니다. 전통에서 벗어난 후보들의 인생 역경 극복기는 정치적 영역에서는 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선거운동 자금 제도와 같은 주제를 자세히 배우는 온라인 강좌도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며 서로에게 격려해줍니다. 빌라디 씨는 “많은 격려와 자매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프라인 활동도 도외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 단체는 전국에서 매달 행사를 개최합니다. 매년 11월 12일에는 전국 순회공연을 합니다.

온라인 및 실제 워크숍 등을 통해, 이 단체는 정치 희망자들에게 성공적인 선거운동을 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치 참여하는 방법”과 “어떻게 재정적인 계획을 세우는지”, “어떻게 정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강의합니다. 

지난 11·6 미국 중간선거에서 최소 123명이 하원에서 선출되며 여풍을 일으켰습니다. 지난 의회에서 107명의 여성이 의석을 차지했기에 중간선거에서 여성 대표자들의 비율이 20%에서 23%로 올라간 것입니다. 이 중 35명이 처음으로 당선됐습니다. 빌라디 CEO는 “램프의 요정 지나가 램프 밖으로 나왔습니다!”라며 기뻐했습니다.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이제 보트 런 리드는 올해의 성공을 장기적인 움직임으로 바꿔놓을 생각입니다. 이 VRL은 11월 12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 위워크 내셔널 타운홀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재조명하는 ‘여성과 권력’ 이벤트를 주최했습니다.

에이엠 뉴욕(amny.com)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빌라디 CEO와 최연소 흑인 여성 하원 의원인 로렌 언더우드 당선자 등이 참석했습니다. 언더우드 당선자는 “VRL로부터 훈련과 멘토링을 받았습니다. 취임하자마자 저는 일리노이 14번 선거구를 대표하는 첫 번째 여성이 될 것이고, 의회에 선출도니 최연소 흑인 여성에 될 것입니다. 빨리 일하고 싶어요. 전국에 있는 여성들이 일어나서 저와 함께 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간선거에 당당하게 참여한 VRL 회원은 174명입니다. 그중 뉴욕주 트레마인 라이트 당선자를 비롯한 84명의 여성이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라이트 씨는 역시 VRL 교육 세션에 참석해 다른 여성들과 경험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RL은 여성 교육, 지원 및 코치를 위해 환상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VRL은 적극적으로 여성 후보자를 지원하지만, 여성이 모든 전문적인 노력에 성공할 수 있는 전문성 개발도 제공합니다.”

하원에서의 여성 돌풍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체제 하에서 여성들이 자극받은 이유도 있다고 빌라디 CEO는 말합니다. 성 추문과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요직 인사들에 대한 반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문화의 여성 혐오입니다. 그것은 대통령 같은 정치 공간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이 정부에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고 ‘좋아, 내가 실제로 더 잘 할 수 있어’ 하게 되는 거죠.”

VRL의 훈련생 약 3분의 2는 유색인종 여성입니다. 정치에 있어 다양성은 대의와 정책 차원 모두에서 중요합니다. VRL는 11월 8일부터 9일까지 유권자 12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57%가 정부 내 여성의 다양성이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49%는 2020년 대선에서 자격 있는 여성 후보가 나오면 투표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치계 여성 돌풍,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한국에서도 지난 2017년 대선을 치르며 지역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최근 교육부총리 임명, 사립 유치원 사태, 숙명여고 쌍둥이 내신 비리 사건 등에서도 여성들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유권자로서 각성도 중요하지만, 직접 정치 현장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동안 여성계는 정치권에 여성을 의무적으로 공천하라는 여성 할당제 주장에 매진했지만, 막상 정치권에서는 괜찮은 여성 후보가 없다는 불만의 소리도 들렸던 게 사실입니다. VRL처럼 체계적으로 자격을 갖춘 여성 정치인을 양성하는 스타트업이 한국에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