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모델 밥그릇 뺏어가는 가짜 모델

최현정 기자2018-11-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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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영향력 행사자, 패션 아이콘, 브랜드 대사….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든 가상 패션모델 릴 미켈라(Lil Miquela)에게 이제 잡지 편집자라는 타이틀까지 생겼다.

최근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잡지인 ‘데이즈드(Dazed & Confused)’는 미켈라를 기고 예술 편집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잡지 측은 미켈라를 “모델 작업의 측면에서 음악가이자 활동가”라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모델 활동을 하는 미켈라는 팔로워 수가 150만 명에 달한다. 2017년 8월 발매한 싱글 ‘Not mine’은 스포티파이 음원 순위 8위에 올랐고, 프라다 패션쇼에 초청받기도 했다. 

그러나 미켈라의 편집자 임명은 논쟁으로 번졌다. CG로 만든 인플루언서가 실제 사회와 패션계에 어떤 이바지를 할지는 불분명하다. 일부 사람들은 실제 인물보다 아바타를 고용하기로 한 결정에 화를 내기도 했다. 한 독자는 트위터에 “이 잡지는 훌륭한 편집 작품보다 영향력과 과대광고에 더 관심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켈라의 유명세에 기댄 것은 잡지뿐만이 아닙니다. 11월 8일 보그 보도에 따르면, 영국 패션 위원회는 ‘가장 재능 있는 100명의 선구자’에 미켈라의 이름을 넣었다. 타임지는 6월 미켈라를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하나로 선정했다. 여기엔 케이팝스타 방탄소년단(BTS)와 팝스타 리한나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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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에서 벗어난 것은 미켈라의 경쟁우위의 원천이다. 어떤 패션 캠페인에도 빠르게 삽입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잠을 자거나 먹거나 쉬거나 할 필요 없이 모델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녀의 팬들은 허구 인물인 미켈라의 다음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CG 모델이기에, 패션모델 활동으로 번 모든 돈은 제작자에게 돌아간다. 매력적인 미켈라 뒤에 있는 사람은 트레버 맥페드리스(Trevor McFedries)다.

미켈라는 2016년 인스타그램에서 첫 선을 보였다. 처음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미켈라가 가상 인물인 줄은 몰랐다. 그만큼 미켈라의 포스트는 사실적으로 보였고 인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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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맥페드리스가 이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반 스타트업 ‘브루드(Brud)’가 CG로 미켈라를 만들었다고 인정하면서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회사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미디어 산업에 접목시키는 회사라고 한다. 미켈라는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브라질계 19세 주근깨 소녀라는 설정으로 만들어졌다. 미켈라가 스타덤에 오르면서 브루드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미켈라 외에도 리한나 화장품 펜티뷰티 립스틱을 바른 사진을 게재해 유명해진 슈두(Shudu) 같은 다른 가상 모델들도 속속 등장한다. 일각에선 가상 모델을 맞춤 제작하는 에이전시를 설립하고 있다.

분명 미켈라를 비롯한 가상 모델의 등장은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진정한 인생사가 없고, 진실성도 없다. 패션 업계에서 중요시하는 감성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과연 미켈라가 실제 인간처럼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