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머니 수분보충 시켜 드리려 ‘젤리’ 만든 손자

이예리 기자2018-10-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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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할머니가 물을 얼마나 드셨을까?’

영국왕립예술대학교 학생 루이스(Lewis Hornby)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할머니를 걱정하곤 했습니다. 루이스 씨의 할머니는 혼자서 물을 마시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심한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들 중에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라 마신다는 간단한 행동도 어려워하는 이가 많으며 대체로 목마름에 둔감해 옆에서 누군가 챙겨 주지 않으면 탈수 증세를 보이기 쉽습니다.

목마름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은 루이스 씨의 할머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밥을 먹은 뒤에는 목이 마른 게 당연하지만 할머니는 물을 찾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물을 잘 챙겨 드시게 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루이스 씨의 머리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물 마시는 건 싫어하는 할머니도 과자나 젤리는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해 수분을 가득 채운 ‘젤리 드롭(Jelly Drops)’을 만들었습니다. 젤리 드롭은 젤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간 성분을 제외하면 90%가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치매 노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맛있어 보이는 색도 넣었습니다. 그는 이 아이디어로 사회적 디자인 대회 두 곳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관찰해 보니 우리 할머니를 비롯한 치매 노인들은 마시는 것보다 먹는 걸 더 편해 하시더라고요. 그분들께 필요한 게 무엇인지가 아니라 그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고민했습니다.”

손자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젤리를 시식한 할머니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할머니는 10분 만에 젤리 드롭 일곱 개를 드셨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물 한 잔을 완전히 다 마신 셈입니다. 루이스 씨는 “평소 할머니께 물 한 잔을 다 드시게 하려면 한 시간은 씨름해야 했는데 젤리로 만들어 드리니 알아서 척척 드시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라며 웃었습니다.

젤리 드롭은 아직 개발 단계이지만 벌써 영국 내 요양시설들로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11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초대받은 루이스 씨는 “좋은 기회를 얻어 기쁩니다. 젤리 드롭을 더 개선해서 치매 환자들에게 도움 되는 제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