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째 현역, 107세 이발사… ‘평생 직업’을 꿈꾸다

황지혜 기자2018-10-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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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세의 뉴욕 이발사. 매일 8시간 씩 가위를 잡고 고객의 머리를 손질하는 ‘평생 현역’인 이발사 안토니 만치넬리(Anthony Mancinelli). 지난 2007년 96세의 나이로 ‘최고령 현직 이발사’ 기네스에 오른 그는 매년 기록을 갱신 중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일을 하게 될까? 만치넬리 처럼 평생 내 직업을 가지게 될까? ‘평생 현역’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평생 현역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시선이 엇갈린다. 국가가 국민들의 노후를 충분히 돕지 못하고 개인적인 노후 준비도 부족한 탓에 ‘죽을 때까지 일만 하다가 떠나는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첫 번째. 반대로 퇴직에 대한 두려움 없이 늙어서도 사회에서 고립된 느낌을 받지 않고 ‘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두 번째다.

최근 일본 아베 정부가 내세운 ‘평생 현역 사회’ 슬로건을 바라보는 일본 국민의 시선은 첫 번째 ‘냉소’에 가깝다. “연금을 못 주니 평생 일하라는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치넬리의 경우는 두 번째, 행복하게 내 일을 하는 ‘축복’ 쪽에 가깝다. 이상적인 평생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2016년 판타스틱 컷츠에서 만치넬리의 105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했던 이벤트. 판타스틱 컷츠는 매년 3월 2일 가게를 쉬고 그의 생일 파티를 연다. 사진=판타스틱 컷츠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 뉴욕주 뉴윈저의 이발소 판타스틱 컷츠(Fantastic Cuts)에서 일하는 베테랑 이발사 만치넬리 씨는 올해로 107세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다. 그는 일주일에 5일,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8시간 출근하는 풀타임 근무를 한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1911년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 8세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만치넬리는 11세 때 이발소에 처음 발을 들였고 12세가 되던 해 학교를 그만둔 뒤 풀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햇수로 96년째 가위를 잡고 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당시 25센트였던 이발 요금이 19달러로 몇 십 배나 오른 것만 봐도 그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96년이라는 이발사 경력에 걸맞게 단골 이력도 심상치 않다. 50세가 넘은 고객은 단골 축에 끼기도 힘들다. 80세가 넘어 만치넬리의 부축을 받는 고객, 무려 4대(증조부-조부-부-자)에 걸쳐 그를 찾는 가족을 비롯해, 81세의 아들 밥(Bob)도 그의 단골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 건강히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은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적정한 체중을 조절하는 것. 그는 100세가 넘었지만 매일 챙겨먹어야 하는 약도 틀니도 없다. 평생 현역으로 일하기 위한 가장 큰 조건인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발소 주인인 제인 디네짜(Jane Dinezza)는 뉴욕타임즈를 통해 “만치넬리는 20세 젊은이 보다 더 많은 손님을 받기도 한다”며 오히려 젊은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보느라 업무에 소홀할 뿐 아니라 ‘등이 아프다, 무릎이 아프다’ 토로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몇 년 전 처음 만치넬리의 이력서를 봤을 때만해도 그의 나이 때문에 채용을 꺼렸지만,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 (만치넬리는 몇 년 전 일하던 이발소에서 나이를 이유로 근무시간을 줄인 탓에 판타스틱 컷츠로 이직했다.)

또 만치넬리는 ‘아내’ 역시 자신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14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바쁘게 일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2019년 3월 2일, 만치넬리가 108세가 되는 해에도 그는 여전히 평생 현역을 고수하며 최고령 이발사로 남아있을까? 아니면 그때라도 일하지 않고 쉬는 노후를 택하게 될까?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