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함께 하자” 친구들 설득하던 젊은 시절 마윈 회장

이예리 기자2018-09-21 11:38
공유하기 닫기
사진=Youtube - Bloomberg channel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습니다. 으리으리한 대저택도 맨 땅에 한 삽 뜨던 순간을 거쳐 지어진 것이고, 이미 남들보다 한참 앞서 간 것 같은 대기업들도 ‘첫걸음’을 떼어 놓던 때가 있었습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점유율 80%를 자랑하는 거대기업 알리바바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리바바를 세우고 키운 마윈(馬雲·54) 회장이 최근 은퇴 결정을 발표함에 따라 ‘사업가 마윈’이 걸어 온 발자취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마윈은 정의감 넘치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항저우전자대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던 1995년 도로 맨홀 뚜껑 절도현장을 목격하고 “뭐 하는 거냐, 당장 그만둬라”며 맞섰습니다. 당시 중국에서는 맨홀 뚜껑을 훔쳐다 파는 사람들 탓에 어린 아이들이 맨홀에 떨어져 다치는 일이 잦았습니다. 주변 시민들은 모르는 척 지나가고 뚜껑을 훔치던 패거리들이 위협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모든 상황은 방송국 TV프로그램에서 준비한 ‘몰래 카메라’ 였습니다. 방송을 탄 마윈은 용감한 청년으로 칭송 받으며 항저우 시 통역관으로 일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는 통역관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인터넷을 접하고 중국에도 인터넷 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첫 회사 ‘차이나 페이지스’는 말 그대로 망했지만 마윈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1999년 뜻을 함께 하는 동료 17명과 함께 알리바바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마윈은 자기 아파트에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알리바바를 만들자며 열정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영상으로 남은 이 연설을 통해 인터넷 업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은 물론 30대 청년 시절 마윈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시작했는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거실에 친구들을 모은 마윈은 “우리가 지금부터 5년에서 10년 뒤에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의논해 보려고 합니다”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그가 제시한 알리바바의 청사진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중국 국내에서 성공한 기업이 되는 데 만족하지 않고 국제적 기업이 될 것. 둘째, 미국 실리콘밸리 식으로 열심히 일하는 문화를 배울 것.

사진=Youtube - Bloomberg channel
마 회장은 “알리바바는 글로벌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8시에 출근해 5시에 딱 퇴근한다는 식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처럼 더 열심히 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미국인들은 하드웨어와 시스템 양면에서 모두 강하지만 정보와 소프트웨어에서는 중국도 결코 지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의 두뇌도 미국인들만큼 뛰어납니다”라며 “바로 이것이 우리가 미국인들과 당당히 경쟁해야 하는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우리가 좋은 팀을 이루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안다면, 우리(중국인)직원 한 명이 미국인 열 명을 능히 당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혁신적 정신으로 정부기관이나 엄청나게 큰 대기업도 상대할 수 있습니다.”

청중의 사기를 고양시킨 마 회장은 인터넷 업계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그는 분야에 따라 부침은 있을지언정 인터넷 관련 사업체들이 전부 쓰러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사진=Youtube - Bloomberg channel
“모두가 인터넷은 비누방울 같은 것이라 하지만, 과연 이 비누방울은 언제 터질까요? 야후(Yahoo) 주식은 떨어지고 이베이(eBay) 주식은 오를 겁니다. 그리고 이베이 주식이 오른 다음에는 우리 알리바바 주식도 오를 겁니다. 인터넷이라는 비누방울은 터지지 않습니다.”

신생 사업체로서 향후 몇 년 간은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기업을 시작한 뒤 3년에서 5년 정도까지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거쳐나가야 하지만 그 암흑기를 버텨 내야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마 회장의 생각이었습니다. 마윈은 “2002년 기업공개(IPO)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확실히 밝혔습니다.

업계 동향을 정확히 포착하고 신생 기업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흔들림 없이 제시하는 ‘리더’ 마윈의 연설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영상을 본 이들은 “확신, 신념,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윈은 1999년도에 이미 야후의 운명을 알고 있었나 보다. 사업가로서 뛰어난 통찰력과 에너지를 갖고 있다”, “리더가 명확한 비전과 그걸 실행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저 때 합류한 창립 멤버들은 지금쯤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을 듯”이라며 감탄했습니다.

마 회장은 자신의 54번째 생일인 2018년 9월 10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교육·자선사업에 여생을 헌신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1년 뒤인 2019년 9월로 은퇴 시기를 미뤘습니다. 그가 은퇴하면 회장직은 장융(張勇) 알리바바 CEO가 이어 받게 됩니다.



'마윈 선생님(老师)'이라고 적힌 마윈의 새 명함. 사진=알리바바 웨이보
마윈은 “내 아름다운 꿈인 교육에 힘을 쏟고 싶다. 은퇴는 이미 10년 전부터 준비하던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오히려 나한테 ‘(은퇴라니) 미쳤냐’고 되묻더라”며 정치적 압력 탓에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정면으로 부인했습니다. 그의 새 명함에는 알리바바 회장 대신 ‘교사(老师)’라는 새 직함이 새겨졌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