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100만%” 베네수엘라 국민들, ‘상한 고기’도 줄 서서 구매

이예리 기자2018-08-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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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극심한 정치·경제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생활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수준까지 악화됐다. 사상 최악수준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치즈 한 조각을 사려면 돈을 다발째로 들고 가야 한다. 잦은 정전사태로 유통과 물류 시스템이 마비 상태인 것은 물론 치안까지 위험한 상황이다.

최근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북서부 도시 마라카이보에서는 ‘상한 고기’를 사려 정육점 앞에 주민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됐다. 반복되는 정전 탓에 냉동창고가 제 기능을 하지 못 해 고기가 빠르게 상했지만 음식을 구하지 못 해 절박한 주민들에게는 상한 고기조차 소중한 생존 자원이다.

상한 고기를 사러 정육점에 왔다는 남성 유디스 루나(Yeudis Luna)씨는 “상한 음식은 세일 가격으로 팔기에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집에 어린 아이 셋이 굶고 있다. 냄새가 역하지만 식초와 레몬즙에 재워 둔 뒤 씻으면 먹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의 막내아들은 얼마 전 상한 쇠고기를 먹고 배탈이 났다고 했다.

손님들에게 파리 꼬인 고기를 팔아야 하는 정육점 주인도 마음이 편치 않다. 주인 호세 아귀레(Jose Aguirre)씨는 “사람들은 상한 고기도 다 먹는다. 키우는 개에게 주기도 하지만 요리해서 온 가족이 먹기도 한다. 예전처럼 신선한 고기를 구하기가 힘들다. 이게 다 마두로 대통령 덕”이라며 냉소적으로 답했다.



IMF “베네수엘라, 2018년 말까지 물가 상승률 100만% 예상”
베네수엘라 경제는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취임 이후로 급격히 몰락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 격인 마두로는 차베스의 뜻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포퓰리즘을 앞세워 14년 간 장기 집권하던 차베스는 원유를 수출해 번 돈으로 무상복지를 확대하고 주요 산업들을 국유화했다. 그 뒤를 물려받은 마두로 역시 차베스의 정책을 그대로 따랐다.

‘오일 머니’덕에 국민들은 풍족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는 얼마 가지 못 했다. 국제유가 급락과 미국의 석유 정책 변화로 정세가 요동치자 석유 수출에 절대적으로 기대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손 쓸 새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국제유가가 회복세로 돌아선 뒤에도 한 번 무너진 경제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 경제적 분석 없이 마구 베푼 포퓰리즘 정책탓에 사회적 시스템이 제 기능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3일(현지시간) ‘소피아(Sophia)’라는 이름의 베네수엘라 여성은 자신의 트위터에 참치캔 사진을 올리며 “최저임금 노동자가 한 달간 열심히 일한 돈(519만 6000볼리바르)으로 참치캔 하나(510만 볼리바르) 사면 끝이다”라는 글을 올려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갈수록 거세지는 비난에 마두로 대통령은 8월 20일 화폐 액면가를 10만분의 1로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액면가 절하)를 단행했으나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때 ‘빈민을 위한 대통령’이라며 서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마두로였지만 이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그를 원망하며 난민이 되어 나라를 떠나거나 하루하루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