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119억 원 내던 ‘부자’… 10번째 사업 실패한 칠순 사업가가 남긴 말

동아일보2018-08-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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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자로 재기 나서는 성신제 대표
컵케이크 10번째 사업도 흔들… 새 창업 위해 이탈리아어 공부
“계속 도전 안했으면 벌써 죽었을것… 실패 피하려면 읽고 쓰고 걸으세요”
23일 성신제 지지스코리아 대표가 서울 서초구 쉐라톤팔래스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성신제 피자’ 로고에 그려져 있던 얼굴은 찾기 어려웠다. 한때 80kg에 달했던 몸무게는 연이은 사업 실패와 암 투병을 거치며 57kg까지 줄었다가 간신히 60kg을 넘었다.

그래도 도전정신만은 그대로였다. 건네받은 명함 뒤에는 ‘Never give up(포기하지 마라)’이란 글이 박혀 있었다.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지 않았으면 진즉에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피자헛을 처음으로 들여오며 1994년 소득세만 110억 원을 내 개인종합소득세 1위에 올랐던 성신제 지지스코리아 대표(70). 피자헛 경영권을 본사에 넘긴 후 ‘케니 로저스 로스터스’ 치킨으로 다시 승부수를 걸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말아먹은’ 후 내리 9번이나 사업에 실패하며 ‘실패의 아이콘’이 됐다. 지금은 다섯 평짜리 조그만 공간에서 컵케이크를 만들고 있지만 본인도 거의 실패라고 인정한 상태다. 사실상 10번째 사업 실패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도, 페이스트, 치즈 등 ‘베이식(기본)’에 충실한 이탈리아식 피자로 새 사업을 할 구상에 빠져 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어 공부도 하고 있다. 23일 교육기업 ‘휴넷’이 주최하는 ‘행복경영포럼’ 1주년 행사에서 강연자로 나선 성 대표를 만났다.

실패에도 여전히 도전 중인 그는 “우리 가게에 일주일에 네다섯 번 젊은이들이 무작정 찾아와 상담을 요청한다. 꿈을 잃은 청년들의 모습이 안타깝다”며 얘기를 꺼냈다.

“지난해 대학을 갓 졸업한 여학생이 찾아왔어요.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기업은 원서 써도 안 되고 이것저것 하려 하는데 스스로 뭘 잘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이런 젊은이들이 일에 방해가 될 정도로 찾아오니 보통 심각한 게 아니구나 싶어요.”

청년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 궁금했다.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 일단 자기 앞에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성공의 방법이에요. 미국 갔을 때 한 철판요리사가 본인의 일이 싫어서 일부러 ‘I love my job(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을 중얼대며 일하는 걸 봤어요. 근데 3년 후 다시 갔더니 그 식당을 인수했더라고요.”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실패 원인은 뭘까. “사업이 회계나 재무 같은 관리업무가 참 중요한데 너무 앞만 보고 일을 벌였어요. 다시 기회가 오면 그러지 말아야죠.” 그렇다면 ‘실패의 전문가’로서 소상공인에게 해줄 조언을 물었다.

“읽고, 쓰고, 걸으세요. 자신이 사업하느라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만 끝나면 아무 생각 안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많이 읽고 쓰고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반성하는 게 필요해요. 그런 것들이 쌓이면 좋은 양분이 될 겁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