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기보다 농사짓는 게 마음이 편하고…”

동아일보2018-08-2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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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고 청년 농부의 길을 걷고 있는 김주빈 씨가 11일 인천 강화군 농지에서 트랙터를 몰고 가을 순무 파종을 위한 밭갈이를 하고 있다(위쪽 사진). 11일 유제우 씨 부부가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와 과일로 만든 착즙 주스인 ‘오나주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강화=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회사 다니기보다 농사짓는 게 마음이 편하고, 벌이도 더 좋은 것 같아요.”

김주빈 씨(34)와 유제우 씨(35)는 형제처럼 지내는 ‘강소(强小) 농부’로 통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인천 강화도에 정착한 지 각각 4, 5년이 됐다. 이들은 2014년 강화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대응을 위한 강소농 양성교육장에서 만났다. 40, 50대의 다른 교육생 5명과 함께 ‘일터, 쉼터에서 만족하는 삶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삼터’ 모임을 구성해 강소농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김 씨는 트랙터, 두둑 형성기, 비료 살포기, 쟁기, 고구마 수확기, 관리기, 포클레인, 트럭 등 10여 종의 농기계를 갖추고 과학영농을 펼치고 있다. 유 씨는 유기농법으로 기른 과일과 채소로 식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카페와 요리교실을 운영한다.

○ 나 홀로 키운 농작물 직거래


김 씨는 강화군 선원면 연리와 신정리 등 10여 곳에서 강화도 특산품인 속노랑고구마(호박고구마)와 순무를 재배하고 있다. 그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11일 트랙터를 몰고 나가 신정리 2000m² 규모의 임차 농지에서 순무 파종에 앞선 밭갈이 작업을 했다. 씨를 뿌리기 전 흙을 뒤섞어 주면서 뿌리가 썩지 않게 물이 흐르도록 하는 고랑을 만드는 일을 30분 만에 끝냈다. 그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 작업을 빨리 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달 말까지 순무 이모작을 하는 다른 농지에서도 똑같은 작업을 한 뒤 파종을 하게 된다. 농기계를 활용해 순무와 고구마를 재배하는 김 씨의 직영 농지는 10곳, 총 3만3000m²에 이른다. 그의 어머니가 소유한 연리와 지산리 2곳 1만 m²를 제외한 나머지 8곳 2만3000m² 농지는 연간 3.3m²당 500∼1000원씩의 임차료를 주고 농사짓고 있다. 김 씨는 “농사를 잘 지으니 어떤 어르신들은 공짜로 땅을 빌려줄 테니 농사하라고 권해온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봄과 가을에 고구마와 순무를 심고 캐는 일을 농기계로 하지만, 수확물을 담고 정리하는 작업은 일당을 주고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맡긴다. 출하된 농산물은 대부분 공판장이 아닌 옥션, 네이버 스토어, G마켓, 11번가 등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강화도 주빈농장’ 이름으로 직거래하고 있다. 김 씨는 “공매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고 직거래를 하니 싱싱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화도 해안도로와 맞붙어 있는 선원면 연리 농지 5500m²가 김 씨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그는 이곳의 노지와 비닐하우스 3개동에서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비닐하우스에 농기계를 보관하는 창고와 평균 섭씨 10도를 유지하는 고구마 저온창고를 만들어 놓았다. 요즘 노지와 비닐하우스에 스프링클러와 양분 공급 호스 등을 새로 설치해 놓고 블루베리, 체리, 자두 등 도시민들에게 인기를 끄는 작물을 시험 재배하고 있다.

대학에서 축산업을 전공한 김 씨는 “4년간 다니던 직장보다 농사가 생리에 맞는 것 같다. 이제 대출금을 거의 다 갚고 자립 기반을 갖춘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교육농장을 일구는 젊은 농부


팔만대장경을 조판한 선원면 선원사로 가는 길목에 강화도 사투리로 지은 ‘오나카페’가 있다. 유 씨는 130m² 규모의 농가 창고를 개조해 2016년 9월 카페로 단장했다. ‘오나’는 강화 토속어로, ‘여기 와’라는 뜻으로 손님들이 항상 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이 카페에서는 유 씨가 바로 앞 농지에서 키우는 비트, 당근, 케일, 치커리, 전근대, 로메인, 양상추로 즉석 착즙한 ‘오나 주스’를 팔고 있다. 이들 야채류와 배, 오이, 레몬, 자몽, 블루베리, 오미자 등의 과일을 적절히 섞어 맛과 색깔이 다른 네 종류의 유기농 천연주스를 맛볼 수 있다.

유 씨는 보험회사와 게임기 유통회사를 다니다 2013년 고향인 강화도로 귀향한 뒤 2년 만에 결혼했다. 동갑내기인 아내 유은채 씨도 결혼 뒤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에 합류했다. 이제 남편은 농사를 전담하고. 아내는 바리스타와 요리강좌를 들으며 카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카페 안에는 ‘빨리, 세게 착즙하지 않고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 시간이 10∼15분 걸립니다’라는 글이 붙어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농산물의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느린 착즙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카페 앞에는 요리 체험 프로그램에 필요한 감자, 고구마, 딸기도 심어져 있다. 손님들은 봄에는 농장에서 자라는 감자를 캐서 피망, 양파, 베이컨, 옥수수와 섞어 ‘감자 피자’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감자와 양념 불고기, 치즈를 혼합한 ‘감자 불고기’도 선보였다. 딸기 수확철에는 딸기주스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노지에서 딴 로메인, 케일, 비트, 당근 등에 소스를 뿌려 샐러드 시식도 할 수 있다.

이곳의 농작물에는 농약이 아닌 은행 삶은 물 등 유 씨가 개발한 자연 살균제를 뿌리고 있다. 유 씨는 이 카페를 중심으로 농지 전체를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학교 수업과 연계한 교육현장체험농장으로 키울 계획이다.

강화=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