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취급도 적당히 해” 도쿄의대 부정에 수험생 생각

최현정 기자2018-08-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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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일본은 도쿄 의과대학 입시 비리로 시끄럽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도쿄의대가 12년 전부터 입시에서 여성 수험생들의 점수를 조직적으로 깎아내려 남녀 입학생의 비율을 조절해 온 것이 최근 드러났습니다.

“여의사는 출산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병원을 그만둬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라는 대학의 해명에도 과거 이 대학에 지원했던 수험생들은 석연치 않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대 비즈니스는 8월 11일 자 온라인판에서 과거 수험생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무시하는 것도 적당히 하시오!” 대학 측의 회견을 본 과거 수험생 리코 씨(가명)는 이렇게 소감을 전했습니다.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할 필요도 있어요. 워낙 오랜 시간 거짓말을 해온 대학이기에 수험생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이해할 만한 조치를 하리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내 생각이지만, 도쿄의대는 다른 대학과 합병하여 이름을 지우고, 사태를 흐지부지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실태가 밝혀져도 현재가 변하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없으며 이상한 전례를 만들어버리기에 앞으로 엄격한 눈으로 보고 나가야 합니다.”

몇 년 전 도쿄 의대에 응시했던 리코 씨는 지금은 다른 대학 의대에 다니고 있지만, 이번 도쿄 의대 입시 보도를 접하고 아연실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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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희생을 하며 공부한 것은 당연히 “의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의대 입학은 필수적입니다.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각 의대 입시 정보를 숙달하고 전략적으로 수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리코 씨가 도쿄 의대 시험을 친 것도 그러한 철저한 시뮬레이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에서 여성은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먼저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리코 씨가 요구하는 것은 입학 성적 점수 및 평가의 공개입니다.

“공정하지 않은 시험을 시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사법고시나 토익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누구나 분노하지요. 이것은 대학 입학시험입니다. 이런 부정이 노골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의대 응시료는 대개 6만 엔(한화로 약 61만 원)으로 저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같은 응시료를 지급하고 공정한 심사를 받을 수 없다니요?”

리코 씨는 ‘도쿄 의대 등 입시 차별 문제 당사자와 지원자의 모임’이 조직됐다는 소식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자는 이메일(kaese0802@gmail.com)을 보냈습니다.

“자신의 시험 결과에 대한 세부 정보를 보고 싶습니다. 알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리 내는 것이 무섭기도 합니다. 의학계는 좁습니다. 개인이 특정되면 ‘귀찮은 인물’로 취급되고 취직에도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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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 씨 뿐 아니라 의학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뒷문 입학 소식이 농담처럼 이어집니다. “그 사람 뒷문으로 대학에 들어왔다”라는 농담은, 반대로 “30년 전에는 부정 입학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라고 생각해서 편하게 할 수 있던 것입니다.

일본에서 아이치 의과대학 등의 부정 입학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1970년대 후반입니다. 그 후에도 은밀하게 이어왔다고는 하나, 1990년대에 들어서 명백한 부정 입학 뉴스는 들리지 않게 됐습니다.

의과 대학 측도 부정 입학이 발각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습니다. 이런 학생은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의사 국가시험 합격이 어렵습니다. 국가시험의 합격률은 대학의 명성과 직결하게에 대학도 점수가 충분하지 않은 수험생을 합격시키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의사고시 합격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자 의대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재밌는 점은 의대에서 여학생은 성실하고 오기가 있어, 유급 위기에 있는 것은 대부분 남학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부정까지 저질러가며 여학생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뭘까요.

한 50대 여성 의사 A 씨는 현대 비즈니스에 “우스이 전 이사장이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안과라는 것은 상징적인 생각이 든다”라며 “계속 우수한 여성이 안과에 진출한다. 남자 사회의 권력 구조 속에서 유지되던 질서가 깨져가는 것이 아니냐는 공연스러운 불안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A 씨의 남편 역시 의사이고, 두 아들도 최근 의대에 입학해 비교적 대학 사정에 밝습니다.

물론 의사 부족 현상에 대학 권력자들의 오해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립 의대 여학생의 대부분은 여자 중고교 출신이 많고, 친정이 중산층 이상이라 격무를 견디며 근무하지 않아도 됩니다. 의대에서 남편을 찾아 가정을 꾸리고, 나머지는 파트타임 의사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대에 근무하는 부류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학에서는 그것만 보고 ‘봐라, 여의사는 필요 없다’가 되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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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 씨는 “의료 현장은 더 이상 육체노동의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외과에서도 유방 수술은 여자 의사가 더 많이 합니다. 이런 현상은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바뀐 것인데요. 옛날에는 ‘여의사? 괜찮아?’라던 것이 ‘여자 선생님이라서 좋았다’라고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노골적인 점수 조작은 아니지만, 수험 선택 과목으로 여성 응시자의 선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생물 과목에 어려운 문제를 냄으로써 점수 조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논술과 면접에서 여학생을 배제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의미 불명한 문제가 많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런던 지하철의 사진을 한 장 주면서 소감을 쓰라는 문제도 있는데, 그것이 의사로서의 적성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한국 드라마 ‘하얀 거탑’
야마사키 도요코의 ‘하얀 거탑’이 텔레비전 드라마가 된 것은 1978년입니다. 40년이 지났지만, 일본에서 ‘하얀 거탑’은 무너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부모가 개업의나 의료관계자가 아닌 경우 의사가 되려면 인간관계가 중요합니다. 의국의 교수, 선배들과의 친분에 따라 취업이 되니까 이상한 소리를 해도 반대하기 어렵습니다. 도쿄 의대 부정 입학 사건은 이런 의대 내 작은 권력 구조가 켜켜이 쌓여 태어난 것입니다.

리코 씨는 도쿄 의대에 정보 공개 등 성의 있는 대응을 지속해서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노력해온 한 사람의 인생을 부정으로 짓밟고 능력을 인정하지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자가 많습니다. 수험생은 물건이 아닌 인간입니다.”

섬네일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