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굼벵이 징그럽나요? 반려견 사료로 만드니 ‘대박’”

동아일보2018-08-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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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우성 대표(오른쪽)가 회사 임원과 함께 굼벵이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굼벵이를 섞은 반려견 사료와 ‘굼벵이 대추즙’으로 억대의 연매출을 올린 김 대표는 “열정과 간절함, 아이디어가 있으면 귀농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반려동물 시장 ‘블루오션’ 파고든 충북보은 ㈜우성 김우성 대표

“요즘 같은 찜통 더위에도 굼벵이들은 끄떡없어요. 워낙 더위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평소와 다름없이 먹이도 잘 먹고 무럭무럭 잘 자라요.”

8월 6일 오전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하판2길 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약 165m² 규모의 컨테이너형 창고 안. 600여 개의 사과 상자 크기 반투명 플라스틱 안에는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자란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창고 안과 밖의 온도가 모두 섭씨 35도를 넘었지만 굼벵이를 바라보는 김우성 씨(33)의 얼굴에는 구슬땀과 웃음이 동시에 배어 나왔다.

김 씨는 굼벵이를 가공해 숙취 해소음료와 반려견 영양제를 만드는 농업회사 법인 ㈜우성을 이끄는 청년 사업가다. 30년 가까이 서울에서만 살던 ‘쌍문동 토박이’ 김 씨는 귀농 3년 만에 굼벵이를 키워 ‘농촌 희망가’의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김 씨는 고교 졸업 뒤 부모님이 운영하던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가게를 물려받았다. 직원을 10여 명 둘 정도로 영업이 잘되다 2014년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나날이 손님이 줄더니 금세 빚이 불어났다. 김 씨는 눈물을 머금고 대리점 문을 닫았다. 휴대전화 케이스를 파는 노점상을 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폭식을 하다 보니 몸무게가 20kg 넘게 늘었다.

2015년 굼벵이를 알게 되면서 김 씨의 삶은 전환점을 맞았다. “한 지인이 굼벵이를 키워보라고 했습니다. ‘농사의 농(農)자도 모르는 내게 웬 굼벵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호기심도 생기더군요.”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외국에서는 곤충사육 산업이 번창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굼벵이가 간 질환에 약재로 사용되고 있었다. 고단백에 불포화지방산이 함유돼 심혈관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굼벵이를 비롯한 곤충사육이 국내에서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김 씨는 강원도의 한 굼벵이 사육농가로 가서 한 달여 동안 머물며 사육법을 배웠다. 부모는 귀농할 지역을 찾던 그에게 할머니가 젊었을 때 보은에 사놓은 땅을 내줬다. 보은에 내려와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상자 60개에서 굼벵이를 키웠다. 플라스틱 상자 안에 톱밥과 굼벵이를 넣고 물과 양분을 주는 방식이었다. 컨테이너 안에 야전 침대를 놓고 숙식을 하며 굼벵이 사육에 온 힘을 기울였다.

한 달 뒤 성충이 된 굼벵이를 말려 서울 경동시장 한약재상을 찾았지만 무작정 파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방법을 찾던 김 씨는 보은의 특산품인 대추를 활용하기로 했다. 대추와 굼벵이를 결합한 ‘굼벵이 대추즙’을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때마침 2016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굼벵이를 포함한 식용곤충을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김 씨에게 도움이 됐다. 입소문이 나면서 굼벵이 대추즙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굼벵이 판로 개척에 나섰다. 레스토랑과 맥줏집 등을 공략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반려견 용품점에서 활로를 찾았다. “굼벵이를 혼합한 식품에 대한 얘기를 들은 한 업주가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며 당장 시제품을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그는 말린 굼벵이 가루에다 쌀가루, 귀리, 코코넛 가루 등을 섞어 반려동물 영양제인 ‘벅스펫’을 만들었고 ‘대박’이 났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억대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 씨는 연어 등 다양한 재료와 굼벵이를 결합한 새 제품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귀농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열정과 간절함, 그리고 남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은=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