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6억’ 정보통신기술로 표고버섯 키우는 젊은 농부

동아일보2018-08-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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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한길영농조합법인 대표가 표고버섯 톱밥 배지 배양실에서 ‘스마트팜 환경제어시스템’으로 배양실과 재배동의 생육 환경을 체크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해 재배 효율이 높아지고 인건비가 줄자 벤치마킹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서천=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8월 2일 오후 충남 서천군 한산면 한길영농조합법인 표고버섯 톱밥 배지(培地·종균이나 작은 식물을 증식하는 영양원) 배양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바깥과는 달리 비교적 시원한 배양실에서 이성희 대표(37)는 수시로 스마트팜 환경제어시스템을 들여다본다. 배양실과 재배동의 생육 여건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오후 2시 47분 현재 시스템 계측기상에 온도 24.4도, 습도 55.1%, 이산화탄소 2570ppm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잘 유지되고 있네요.” 이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수치 가운데 하나라도 정상 범위를 벗어난다면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는 톱밥 배지 표고버섯 재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가장 잘 활용하는 농민 가운데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문 제작한 환경제어시스템을 통해 배양실과 재배동(동당 210m²)을 원격으로 통제한다. 스마트폰으로도 조작이 가능해 외국에 나갔을 때에도 농장의 상황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재배동 5개동에 설치를 마쳤고, 앞으로 재배동 27개에 모두 이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재배 효율을 높이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벤치마킹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이 대표는 “표고버섯은 다른 종류의 버섯에 비해서도 유난히 생육 조건이 까다로워 ICT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누구나 활용 가능한 빅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앞으로도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0년 대학을 휴학한 뒤 자동차부품회사에서 생산직으로 2년 동안 일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작업 속에 스스로 자동차부품이 돼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 귀농을 결심하고 고향인 서천으로 향했다. 고교 시절 아르바이트로 두 달 정도 팽이버섯 농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버섯 재배를 선택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당시 표고버섯은 원목 재배 방식에서 톱밥 배지 재배 방식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버섯의 수확 시기를 기존 3년에서 6개월∼1년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보급이 이뤄지기 전이어서 농민들의 애로가 컸다. 이 대표는 “적정 생육온도에 대한 지식조차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았다”며 “몇몇 선도적인 농가들과 함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해 가면서 재배 교본을 새로 만들어 나가야 했다”고 회고했다.

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새로운 재배법을 고안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비닐하우스 재배사에 에어컨을 처음으로 설치한 것. 당시만 해도 여름철 높은 기온 때문에 버섯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통풍을 시키거나 비닐하우스에 물을 뿌렸다. 이 대표는 “단열이 잘 안 되는 비닐하우스에 에어컨을 설치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에 누구도 에어컨을 설치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표고버섯 재배에 에어컨은 필수 설비가 됐다”고 말했다. 버섯 재배사의 선반을 2단 이동식으로 바꿔 재배 면적 효율을 두 배로 높이는 아이디어도 냈다. 이 대표는 다양한 영농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1년에 한 번 정도는 일본 중국 대만 등지의 농가를 방문한다.

16년 동안 땀 흘리고 머리를 짜내는 사이 한길영농조합법인은 이제 이 분야의 선구적인 농가로 부상했다. 표고버섯 60t과 톱밥 배지 30만 본 등을 생산해 연 6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농어촌발전대상, 이달의 새농민상, 산림사업유공자 산업포장 등을 수상하는 기쁨도 뒤따랐다.

이 대표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더욱 발전시킬 생각”이라며 “주변에서는 가공품 개발 사업 등도 권하고 있지만 어떤 분야에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한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품질 좋은 표고버섯 생산에만 매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천=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