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등장한 ‘아빠 빌려드림’의 정체는?

황지혜 기자2018-07-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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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드립니다.
2014년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가 하나 있다. 학교 나눔의 날 행사에,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자신의 아빠를 ‘매물’로 내놓은 딸과 “아빠도 다른 아빠들처럼 일했으면 좋겠어”라는 딸의 말에 정말로 ‘아빠 렌털(대여)’ 사업을 시작한 백수 아빠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영화 속 ‘렌털 아빠’는 학교나 고아원의 아빠가 필요한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고 왕따 여중생의 바쁜 아빠 대신 학교 급식 도우미도 되어준다. 사진=영화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
코미디 영화 속에만 있을 것 같은 이 서비스가 최근 일본에서 실제로 등장했다. 이름하여 ‘아빠 뱅크(은행)’. 영화에서처럼 바쁜 아빠를 대신하거나 한부모 가정의 엄마들을 도와 아이들과 놀아주고 육아를 도와주는 아빠 대여 서비스다.

아빠뱅크를 만든 요시히로 치아키(義廣千秋) 씨는 지난 6일 NHK를 통해 남편 없이 홀로 두 명의 딸을 키우며 아빠 대여 서비스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카나가와 현 후지사와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요시히로 씨는 엄마로서 하기 힘든 일들이 생길 때마다 카페의 남성 단골 고객들이 기꺼이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 덕에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성인들과 그 특기를 필요로하는 엄마들을 연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냈다는 것이다.

히로오카 이쿠코 씨의 딸과 놀아주고 있는 ‘렌털 아빠’ 아사노 아키히코 씨. 사진=NHK 방송 화면 캡처
실제로 아빠 뱅크를 이용한 히로오카 이쿠코(廣岡郁子) 씨 역시 엄마가 할 수 없는 야외 활동을 아이와 함께 즐기고 싶어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말한다. 15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는 히로오카 씨는 “남자들만이 할 수 있는 놀이를 (딸에게)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아빠뱅크를 찾았다. 최근 남편이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 바빠졌기 때문에 딸과 체력이나 힘이 필요한 야외 활동을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빠 뱅크 메인 화면(왼쪽)과 ‘렌털 아빠’로 등록 되어 있는 남성들. 사진=아빠 뱅크 홈페이지 캡처
현재 아빠뱅크에는 18명의 다양한 특기를 가진 ‘아빠’들이 등록되어 있다. 스포츠나 주말 목공, 자연 속 놀이 등 여러 분야에서 엄마의 육아를 돕는다. 이용 금액은 무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아빠들의 특기를 확인한 후 이용 신청을 하면 된다.

‘아빠’로 등록되어 있는 아사노 아키히코(浅野暁彦) 씨는 “(렌털 아빠 활동은) 취미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와 노는 걸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 아이들과 노는 것이 즐겁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사노 씨는 현재 베이비시터로 일하고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엄마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 렌털 아빠가 됐다.

일본에서는 최근 독박육아를 뜻하는 ‘완오페 육아’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그만큼 홀로 육아를 하는 엄마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아빠 뱅크 같은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 역시 크다.

완오페 육아(ワンオペ育児) 배우자의 부재 등 여러 이유로 일, 가사, 육아를 혼자 해내는 것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엄마의 경우를 지칭한다. 편의점, 음식점에서 혼자 근무하는 것을 뜻하는 원 오퍼레이션(one operation, ワン・オペレーション)의 파생어. 우리나라의 ‘독박육아’와 비슷하다.

물론 부정적 의견도 존재한다. 일본의 일부 육아 정보 사이트 등에서 나오고 있는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전할까” “수업참관이나 운동회 등에 모르는 사람이 아빠로 참석하면 아이에게 안 좋을 것” “모르는 사람과 노는 것을 아이가 좋아할까” “의도가 변질될 수도 있다” 등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 귀울일 필요는 있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