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미뤄 동료들에게 피해주는 직원, 진짜 원인 딴 데 있다?

동아일보2018-06-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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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자꾸 자기 일을 미뤄서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직원 A 씨가 있다. A 씨가 원래 불성실하고 주의가 산만해서 그렇다고 비난하기 쉽다. 하지만 업무를 미루는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을 수 있다.

최근 독일과 싱가포르의 연구진들은 A 씨처럼 자기 업무를 잘 미루는 직원이 사실은 불규칙한 수면 패턴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날 밤 평소보다 늦게 잠들어 숙면을 취하지 못한 데 따른 스트레스가 다음 날 근무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연구진들은 전날 수면의 질이 다음 날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직군의 직장인 154명을 선별해 5일 동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날 숙면을 취한 직원의 경우 다음 날 주어진 업무를 추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반면 전날 숙면을 취하지 못한 직원은 다음 날 업무를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수면 시간 자체는 다음 날 업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특히 불규칙한 수면 패턴은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평일과 주말 수면 패턴이 다른 직장인을 별도로 분류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체크했다. 그 결과 평일과 주말의 수면 패턴이 35분 이상 차이가 나는 직장인에게 숙면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은 이미 불규칙한 수면 패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전날 양질의 수면을 취했을 때 업무를 미루는 행동이 더 크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직장인의 평소 업무를 미루는 행동이 직원 개인의 성격보다는 전날 수면의 질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평소 성실한 사람도 전날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경우 다른 날에 비해 유난히 업무를 미루는 이상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자기 조절 이론의 관점에 따르면 수면을 통해 자기 조절을 돕는 자원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흥미로운 결과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잠을 길게 자는 것 자체는 다음 날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장인들은 통설에 따라 최소 하루에 8시간은 자야 한다며 수면 시간을 줄이거나 늘리는 데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업무를 미루는 행동에는 수면 시간보다 수면의 질이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평일과 주말의 수면 패턴이 크게 차이가 나는 직장인은 수면의 질을 더욱 각별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야근이나 회식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회사는 야근이나 회식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다음 날 업무를 미루는 행동을 야기하고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지양하는 노력을 해야겠다.

김유진 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ykim@temple.edu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